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한 중의원 해산안이 28일 각의(국무회의)와 국회 의결 절차를 모두 마친 가운데 ‘포스트 아베’로 몸값을 올리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를 중심으로 야권 재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이 고이케 신당인 ‘희망의 당’에 합류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일본유신회도 희망의 당과 후보 조정에 들어갔다. 야권이 희망의 당을 주축으로 결집하면서 다음달 22일 치러질 총선은 ‘자민당 대(對) 희망의 당’, 나아가 ‘아베 대 고이케’의 2파전 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시마 다다모리 중의원 의장이 28일 각의에서 통과된 중의원 해산 조서를 임시국회에서 낭독하면서 중의원 해산 절차가 완료됐다고 보도했다. ‘10월10일 선거 공시, 10월22일 재선거’ 일정도 확정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각의에 참석하기 전 “우리의 책임은 정책에 대해 (국민께) 호소하고 결과를 내놓는 것”이라며 중의원 해산의 명분이 ‘아베노믹스’ 등 일관된 정책 추진에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 덕에 반등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조기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겠다는 아베 총리의 구상은 고이케 지사가 대표로 나선 희망의 당이 주축이 된 야권 단일화가 가시화하면서 초반부터 흔들리는 모습이다. 제1야당인 민진당의 마에하라 세이지 대표는 이날 중·참의원 의원총회를 열어 “제멋대로인 아베 정권을 종식하고 다시 양당 구도를 만들기 위해 (민진당의) 이름을 버리고 실속을 취한다”며 희망의 당 합류 의사를 정식 표명했다. 마에하라 대표는 전날 당 상임 간사회의에서 민진당의 공천권을 포기하고 희망의 당에 후보자 승인을 요청하는 방안을 제시, 민진당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 밖의 야당들도 희망의 당을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다. 일본 유신회는 희망의 당의 근거지인 도쿄도에서 총선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유신회의 기반 지역인 오사카에서 희망의 당의 양보를 받는 방향으로 양당 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나카야마 교코 일본의 마음당 대표도 희망의 당에 참여하기로 했다.

희망의 당 대표직에 취임한 고이케 지사의 총선 공약도 ‘반(反)아베’ 성격이 강하다. 고이케 지사는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 입장을 공식 발표하며 내건 소비세 인상 및 사회복지재정 충당 공약을 비판하며 민간 소비 진작을 위한 소비세 동결 방침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는 아베 총리에 맞서 ‘원전 제로’ 공약도 내걸었다.

반아베 연대에 대한 기대감 속에 희망의 당 지지율도 급등세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26~27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비례대표 지지 정당을 묻는 질문에 희망의 당을 선택한 응답은 18%로 자민당(2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희망의 당 창당 전인 23~24일 교도통신 조사에서의 고이케 신당 지지율(6.2%)보다 세 배나 높아진 수치다.

전국단위 선거를 치르기에는 신생 정당의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였던 희망의 당이 급격하게 세를 불리면서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서 “희망의 당이 일으킨 돌풍이 눈사태로 번질 수 있다”며 “자민당 의원들이 절반이라도 살아 돌아오면 다행”이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