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8,000억弗 감세 패키지 꺼낸 트럼프] 기업하기 좋은 미국…명분 앞세운 셀프감세?

법인세 대폭 인하로 투자 활성화 추진
오프쇼어링 관행 해결 모델도 제안
최고소득세율 35%로↓…상속세 폐지
"중산층 외면한 억만장자 위한 조치"
민주당 반발 거세 의회 통과 안갯속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공개한 세제개편안은 중산층과 기업을 위한 세금 부담 완화, 기업들의 국내 투자 활성화 및 공정과세 기반 마련 등을 목표로 내건 대대적인 세금 감면 방안이다. 지난 1986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최대 규모인 이번 세제개편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미국의 개인 및 기업들의 세금 부담은 총 5조8,00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가장 큰 관심이 쏠렸던 법인세율은 현행 35%에서 20%로 낮추기로 했다. 대선 공약대로 15%까지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20%는 돼야 한다는 공화당의 의견이 막판까지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의 끝에 최종 세율은 20%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내 목표는 20%였으며 이에 도달하고자 15%를 제시한 것”이라며 “20%는 완벽한 수치이자 레드라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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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안에는 또 자영업자·로펌·투자회사 등 개인소득세를 적용받던 이른바 패스 스루(pass-through) 기업에 대한 세율에 25%의 상한선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기존 개인소득세 최고세율(39.6%)을 적용받던 개인사업자들은 총 14.6%포인트의 세율 인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애플·구글 등 다국적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미국으로 들여오지 않는 ‘오프쇼어링(offshoring) 관행을 해결하기 위한 ‘아메리칸 모델’도 제안했다. 해외 계열사들이 본사에 보내는 배당금에 대한 세금을 100% 면제해주는 대신 해외에 쌓아둔 자산에 세금을 매겨 오프쇼어링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이를 통해 해외에 쌓여 있는 유보금 2조5,000억달러가 미국에 들어와 고용과 재투자에 쓰일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개인 납세자들에 대한 세제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현행 7단계로 나뉘어 있는 개인소득세율을 15%·25%·35% 등 3단계로 개편해 복잡한 세금제도를 간소화한 것이다. 세금도 대폭 줄여 표준공제액을 기혼자들의 경우 2만4,000달러, 개인 납세자들은 1만2,000달러로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렸으며 최고세율도 39.6%에서 35%로 낮췄다. 또 549만달러 이상 재산에 부과되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부유층의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해 납부세액이 최저세를 밑돌 때 부과하는 세금인 대체최저한세(AMT)도 없애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세제개편안은 트럼프 행정부과 공화당의 주장과 달리 중산층이 아닌 부유층을 위한 감세라는 지적이 적지 않아 의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상속세·AMT 폐지 등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을 비롯한 부유층을 위한 ‘셀프 감세’이며 폐지 효과도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감세안은 1년에 50만달러 이상 버는 최상위 계층에게는 횡재를 안겨주지만 중산층에게는 부스러기만 남겨준다”며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를 위한 전면적 조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아울러 감세로 줄어드는 재정 수입을 충당할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점도 논란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 분야 싱크탱크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세제개편안 실현으로 줄어드는 세수 5조8,000억달러 가운데 경기 활성화로 충당되는 세금은 3조6,00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간 2조2,000억달러의 세수 순감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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