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보특보가 한미동맹을 그리 가볍게 말할 수 있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미동맹이 깨진다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는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동맹은 전쟁하지 말자고 하는 것인데 동맹이 전쟁하는 기제가 된다면 찬성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거나 “정치적 목표 달성도 어려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모하게 (군사행동을) 한다면 인류에 대한 죄악이 될 것”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한결같이 한미동맹에 금이 가게 만드는 말들이다. 야당에서 “경악을 넘어 소름이 끼친다” “정부가 외교안보 라인에 대해 ‘금언령’을 내려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 특보의 지적대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러나 한미동맹에 대해 공깃돌 다루듯 가볍게 말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더구나 한미동맹이 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작금의 안보 위기는 북한의 핵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됐다. 남북 군사력을 비교했을 때 지금도 우리가 확실히 우위라고 장담하기 힘든데 하물며 북한이 핵무기까지 보유한다면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북한이 함부로 도발하지 못하는 것은 한미동맹이 있어서다. 한미동맹은 ‘깨진다 하더라도’가 아니라 ‘깨져서는 안 되는’ 최후의 방어막이다.

문 특보가 일개 교수라면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문 특보는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한 조언을 직접 할 수 있는 신분이다. 단순한 교수 신분이 아니라 영향력 있는 공인이라는 뜻이다. 그의 발언은 자칫 북한에서 의미를 잘못 받아들일 우려도 있다. 게다가 지금은 한국전쟁 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이다. 이견이 있더라도 내부 조율을 거쳐 신중하게 발언해야 마땅하다. 더 이상 한미동맹을 흔드는 언행도, 가뜩이나 가슴 졸이고 있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아예 입을 닫거나 특보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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