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인공지능의 시조’인 앨런 튜링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개발되어 온 인공지능의 역사와 프로그램되는 방식, 최신 연구 성과들을 살펴보며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인공지능이 활약하게 될 공산이 큰 자율주행 자동차의 미래를 전망할 때 가장 큰 골칫거리는 다름 아닌 인간 운전자다. 인간은 음주운전, 졸음운전 같은 돌발 행동을 할 수 있으며 보복운전이나 경쟁운전 같은 의도적인 돌출 행동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인간의 ‘생각’, ‘지능’, ‘마음’이 무엇인지를 추적해가며 철학적 접근에 힘을 기울인다. 지능을 가진 존재여야만 할 수 있는 ‘생각’이라는 것을 기계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저자의 입장은 회의적이다. 우리조차 생각과 마음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하며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생각과 마음이 있다는 것조차 알 방법이 없으니 오죽하겠느냐는 말이다. 나만이 내가 생각하고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확신하고 증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과 마음은 ‘주관적’ 대상이다. 이 논의는 책의 막바지에서는 플라톤과 데카르트를 예로 들며 서구 사회를 지배해온 몸과 마음의 이원론과 이것이 현재 인공지능 개발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 흥미를 끈다.
결론에 이르러서 저자는 많은 이들이 걱정하듯 바둑·운전 등 특정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지능을 뛰어넘을 수는 있다고 정리한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압도할 수 없는 일을 찾아야 하며, 그 길은 ‘창작활동’이라고 주장한다. 모두가 예술가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창작을 학습 활동의 핵심으로 여기고 각 개인이 창작자가 되어 보는 경험을 많이 하라는 얘기다. 2만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