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24/7] 선진국일수록 절도범 조심....동남아선 시비 붙으면 먼저 사과해야

■해외 주재관이 알려주는 해외여행 범죄 예방법
유럽 등 관광객 겨냥 도난사건 기승
호텔 체크인·렌터카 이용시 주의
동남아, 안내만 따르면 안전하지만
유흥가 등서 범죄 표적 될 수 있어
사건 연루땐 공관에 빠른 신고를

올해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149만여명이 해외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하지만 한순간의 방심으로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면 부푼 마음과 설렘으로 시작한 해외여행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해외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요즘 해외여행에서는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에만 해외에서 한국인이 당한 범죄가 9,290건에 달할 정도다. 호주·필리핀·독일 등 해외 주재관에서 근무했던 경찰들을 만나 안전한 여행과 범죄 발생 시 대처법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호텔 체크인·렌터카 이용 시 절도 ‘조심’

해외 주재 경찰관들은 국내를 떠난 이상 어디든 안전한 곳이 없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상에서 떠나는 여행인 만큼 어느 정도의 일탈은 괜찮지만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이나 미주처럼 선진국일수록 오히려 관광객을 겨냥한 소매치기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호주 시드니 한국총영사관에서 근무했던 조강원 금천경찰서장은 “호주처럼 치안이 좋은 국가일지라도 늦은 밤 혼자 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심야 시간에 이면도로나 노숙인이 밀집한 기차역 일대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자 다니는 관광객을 발견하면 갑자기 차를 세워 소지품을 훔치고 달아나거나 비행청소년들이 떼로 몰려와 휴대폰을 빼앗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호텔과 렌터카를 이용할 때도 각종 절도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이달 초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재관으로 근무했던 김태형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팀장은 “호텔 체크인 때 캐리어 가방에 신경을 쓰지 않는 틈을 노리고 소매치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대부분 범인을 잡지 못한다”며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차량 감시 CCTV나 주차 감시 요원이 없다고 도로에 주차하면 유리창을 부수고 귀중품을 훔쳐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지 경찰들은 사건 발생 후 한두 시간이 지나도록 현장에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늦장대처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선진국일수록 입국 규정이 까다로워 예상치 못했던 입국 거부를 당할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 김 팀장은 “독일의 경우 입국은 물론 환승 시에도 심사가 엄격하다”며 “실제로 한 여대생은 현금이 하나도 없다는 이유로 입국이 거부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안내하는 대로’만 여행하면 안전한 동남아

태국 세부에서 현지 주재관으로 근무한 이용상 동작경찰서 경무과장은 한인 피살사건 등이 잇따라 일어나 우범 국가로 꼽히는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서도 가이드나 현지인이 ‘안내하는 대로’만 여행하면 치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흥가나 클럽 등에서 술을 마실 경우 혹시라도 시비가 붙으면 먼저 사과하는 게 상책이라고 귀띔했다. 이 과장은 “필리핀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하면 자국민 편을 들어주는 경향이 강하다”며 “단순 폭행이면 보석이 가능하지만 혹여 현지인이 과도하게 보상금을 요구하면 거부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낯선 사람이 주는 술을 마시거나 마사지숍 등을 이용할 때는 ‘세트업 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세트업 범죄란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고 뒤집어씌우는 등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을 무고해 현지 수사기관이 체포하게 한 뒤 금품을 요구하는 범죄다. 현지에서 성매매를 하는 한국 관광객이 대표적인 타깃이다. 이 과장은 “가족에게 공개될 것을 부끄러워하는 한국인이 돈을 내면 빼주겠다는 유혹에 빠져 억대의 돈을 선뜻 주는 경우가 있다”며 “필리핀에서는 재판에 들어가기 전 보석으로 신속하게 풀려나오는 게 중요한 만큼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면 합의 대신 공관에 신속하게 신고하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주재관은 ‘민원해결사’ 아니에요

해외 주재관에서 근무했던 경찰들은 해외 주재관의 역할을 일부 국민들이 오해하는 점도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해외 주재관은 해당 국가의 법과 국제법을 따라야 해 독자적인 경찰권한이 없다. 현지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고 공조수사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직접 사건을 수사하고 피의자를 검거하는 등의 행동은 어려운 것이다. 실제 사건 신고도 현장에서 피해를 당한 당사자가 해야 한다. 현지 영사관에 대신 부탁해봐야 현지 경찰은 수사에 응하지 않는다.

조 서장은 “새벽에 무작정 전화해 호텔과 항공권을 예약해달라고 하거나 건강식품을 샀는데 환불을 대행해달라고 요구하는 여행객들도 꽤 있다”며 “주요 국가들은 통역 서비스가 이뤄지는 만큼 언어에 능숙하지 않아도 너무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