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맞교환할 수 있는 ‘약속’이다. 위기 시 외화를 끌어올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으로도 볼 수 있다.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고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으로서는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
정부는 설사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이 불발되더라도 당장 실질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상 최대의 외환보유액(3,848억4,000만달러)과 6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경상수지, 건실한 대외지급능력이 그 근거다. 올해 2·4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만기가 1년이 안 되는 단기 대외 채무) 비율은 30.8% 수준이다. 우리가 가진 외환보유액으로 단기 외채를 모두 갚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286.1%였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79.3%였다.
그럼에도 안심하기는 어렵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적인 우려와 불확실성으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 위험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요즘은 북한 리스크와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은 “외환시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정적 요인들이 쌓이기 시작하면 그 속도를 걷잡을 수가 없다”면서 “과거에 비해 외환보유고가 넉넉한 것은 사실이지만 본래 통화스와프는 만일에 대비해서 하는 것”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지난달 28일 ‘외환위기 20년-평가와 정책과제’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에 경제 위기가 닥칠 경우 현재 보유한 외환보다 831억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이 관계개선의 징표라는 점에는 공감한다”며 직접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만기가 연장될 것 같았으면 진즉 됐을 것”이라면서도 “정무적 문제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가봐야 한다”고 전했다.
10일 전까지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이 발표되지 않더라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와 맺은 통화스와프도 한 가지 사례다. 한·UAE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10월12일로 만기를 맞았지만 양국은 연장 합의를 원칙으로 1년째 협의 중이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18일 중국의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에는 한중 통화스와프 협상에도 물꼬가 트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인 지배 체제 굳히기에 나선 시진핑 중국 주석이 국내 정치적 문제들을 정리하고 나면 이제까지 사드(THAAD) 배치를 문제 삼아 냉각시켰던 한중관계 개선에도 나설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진 전 금융위원장은 “당대회 이후 중국 국내 정치 요인들이 해소되면 한중 갈등 완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국도 한국을 중요한 상대로 생각하고 있고 한중관계가 장기적으로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관계 개선 동력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마지막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하되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한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해 나갈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미국과 3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이라며 “한때 700억달러 상당의 통화스와프를 유지했던 일본과도 스와프 계약을 서두르는 등 통화스와프를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