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제 명절 아닌 연휴죠” 가족 대신 여행 택하는 사람들

가족들 모이는 명절보다 연휴라는 인식 늘어
파편화된 사회·명절 스트레스 등도 영향
“굳이 갈 필요 없으면 가고 싶지 않아”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9일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수속카운터 앞에서 여행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직장인 김현미(29)씨는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유럽 여행 계획을 세웠다. 지난 설 연휴 때는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그는 이번에는 평소에 가기 어려운 장거리 여행에 나서기로 했다. 김씨는 “최대 열흘 장기간 연휴를 맞아 유럽까지 가기로 했다”며 “주위에도 이번 추석 연휴 때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점점 더 줄고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현대사회의 한 단면이라는 시각과 함께 일부에서는 명절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3일 많은 시민이 추석을 명절이라기보다는 긴 휴식시간을 갖는 연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9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추석은 연휴의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이 5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28.5%에 비하면 4년 동안 10% 이상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실제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인천공항에는 역대급의 인파가 몰릴 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1일 해외로 출발하는 승계 수는 총 11만5,353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출발운항은 올 여름 성수기 기간인 지난 7월20일 562편보다 8편 많은 570편이었다. 이 역시 최고기록이다. 김영국(34)씨는 “여름휴가는 아무래도 회사 눈치를 봐야 하는 등 일정이나 기간 등을 정할 때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반면 추석 연휴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 데다 올해 경우 유독 긴 연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행 계획을 짜기 편하다”고 말했다.

추석을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보다 긴 휴가로 여기게 된 이유로는 개인주의 성향이 커지는 사회 변화가 꼽힌다. 1인·2인 가구로 가족 단위가 더욱 쪼개지면서 전보다 친인척과의 교류가 많이 단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명절이라고 해서 친인척들을 봐야 한다는 인식이 옅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오히려 가족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싶다고 설명한다. 실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설문조사를 보면 10명 중 9명(88.8%)이 ‘추석은 여성들에게 힘든 명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혁(37)씨는 “아무리 친척이라지만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결혼관계니 자녀 교육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짜증이 난다”며 “아내의 경우 집안 어른 모시는 것부터 사수한 집안일 등 스트레스가 많아 갈 필요가 없다면 안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어쩔 수 없는 변화라면서도 명절의 의미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대구에 사는 박철순(57)씨는 “자녀들이 부담을 느끼고 힘들어 할 것 같아 굳이 내려올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안 그래도 얼굴 보기 어려운 데 명절 때라도 안 보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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