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인 카버코리아는 글로벌 뷰티 기업인 유니레버에 3조원에 인수됐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6월 4,300억원에 카버코리아 지분 60%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카버코리아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번 계약은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이뤄진 인수·합병(M&A)가운데 역대 최고 가격이다. 당시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카버코리아 지분 60%를 인수한 후 현재 재매각 지분이 96%로, 이를 동일한 지분율로 계산해도 445% 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M&A 업계에서 그만큼 카버코리아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2009년 설립된 카버코리아는 홈쇼핑 채널 주력 브랜드 ‘AHC’를 보유한 토종화장품 브랜드로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에 이어 국내 브랜드 3위에 올라섰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국내 보툴리눔(일명 보톡스) 제조업체 휴젤 역시 미국계 사모펀드에 1조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인수됐다. 이는 국내 바이오벤처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1조원대의 고가에 매각된 사례로 기록됐다. 휴젤의 매각은 국내 바이오벤처의 기술력이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성공사례로 해석된다. 휴젤은 2001년 홍성범 당시 BK동양성형외과 원장 등이 공동으로 설립된 회사로 보톡스인 보툴렉스, 필러인 채움 등이 대표품목이다. 특히 보툴렉스의 경우 2015년 미국, 2016년 3월 유럽, 같은해 5월 중국에서 각각 임상 3상을 승인받는 등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휴젤에서 생산하는 보툴렉스
화장품 업계뿐만 아니라 락앤락 역시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의 저력을 보여준 사례다. 밀폐용기 전문업체인 락앤락도 지난 8월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6300억원에 인수됐다. 주당 1만8,000원으로 최근 평균주가인 1만2,000원대보다 40% 가까이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1978년 설립된락앤락은 우리나라 중소기업계에선 상징적인 기업으로 2003년 중국에 진출해 한 때 중국 3대 수출기업으로 꼽힐 정도다. 베트남에서도 ‘국민기업’으로 불리는 등 어느 기업도 따라올 수 없는 탄탄한 기술력으로 중견 제조업체로는 드물게 11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등 락앤락 만의 독보적인 아성을 굳히면서, 글로벌 기업은 락앤락을 통한 판매처 다변화 등을 위해 락앤락을 끊임없이 노크했다. 2015년 글로벌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매각된 명품 핸드백 제조업자개별생산(ODM)업체 시몬느 역시 경쟁력있는 기술력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로 회자된다. 블랙스톤은 시몬느와 지분매매계약을 통해 지분 30% 가량을 3,00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시몬느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마이클코어스·마크제이콥스 등 세계 유명 브랜드 핸드백제품의 디자인과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M&A시장에서 알짜 기업에 대한 선망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사드로 중국 수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서, 알짜 기술력을 가진 기력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더욱 양극화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불황과 사드 여파 등으로 M&A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이 와중에도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은 여전히 글로벌 자본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면서 “카버코리아, 휴젤, 락앤락 등 처럼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중견 기업은 오히려 업황이 어려운 와중에 더욱 글로벌 자본의 투자처가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