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김동연 패싱?’ 기재부의 역습, 그리고 힘빠진 대책

[뒷북경제] ‘김동연 패싱?’ 기재부의 역습, 그리고 힘빠진 대책

‘김동연 패싱(passing)’ 들어보셨나요? 경제 이슈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쯤은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에서 보셨을 법한 말입니다.

뜻은 간단합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 수장인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에서 경제팀 수장의 말은 외면한 채 정책을 추진하면서 나온 얘기입니다. 법인세 인상이 그랬고, 부동산 보유세 인상 검토가 그랬습니다. 특히 법인세 인상에서는 김 부총리는 법인세 인상을 반대했지만 막판에 기조가 바뀌어 부총리가 머쓱해졌었지요.

달라진 상황…전면에 나온 혁신성장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최근 혁신성장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 성장만으로는 경제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며 혁신성장을 강조해왔습니다.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성장이 소득주도 성장 전략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하면서 김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직전까지만 해도 장하성 정책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라인에 밀려 힘을 못 쓴다는 평가를 받던 김 부총리였죠.

이처럼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자 김동연표 혁신성장 전략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각부처에서 준비 중인 혁신성장 대책만 해도 15개에 달합니다. 주요 대책만 따져도 다음달에 나올 서비스산업 혁신전략과 12월에 발표할 제조업 부흥전략, 투자유치제도 개편방안 등이 눈에 띕니다.

관가에서는 기재부의 뒤집기가 시작됐다는 평가입니다. 김동연 부총리가 그렇게 간단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권 초에는 관료들이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지난 정권 때도 시간이 흐를수록 관료들이 다시 주도권을 찾아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특히 김 부총리가 그립(장악력)이 센 사람”이라며 “아마 속으로 칼을 갈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9월27일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 미래컴퍼런스에 참석한 김동연 부총리가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인사에서도 눈에 띄는 기재부…징기스칸 정신

특히 기재부는 인사에서도 ‘김동연 패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약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관세청장 같은 일부 차관급 인사에서 기재부가 배제되면서 김동연 패싱이 더 주목받았는데요. 최근에는 1급 인사를 기재부가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1급 인사를 모아보면 이를 더 확실히 알 수 있는데요. 국무조정실에 1급 승진자 한명을 보낸 것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상임위원(1급),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1급)에 기재부 사람을 보냈습니다. 이중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리는 없던 1급 자리를 이번에 새로 1급 파견으로 만들었지요. 여기에 중소벤처기업부에만 4명가량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물밑 작업 중입니다. 정권 초에 청와대 비서관(1급)으로 3명이 나갔고, 내부적으로 예산실장과 기획조정실장, 국제경제관리관(1급) 승진을 포함하면 1급 승진자가 다수 나온 것입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1급 목표만 10명 이상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징기스칸의 정신으로 외부에 자리를 많이 만들어 나가겠다는 뜻입니다. 김동연 패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세종시 기획재정부 전경
빈껍데기 정책…성패는 정책의 단단함

하지만 이렇게 쏟아지는 정책과 승진인사에도 뒷말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대책이 빈껍데기라는 것인데요. 혁신성장 대책을 한번에 쏟아내다 보니 일자리 창출로 크리스마스 장식 조기추진 같은 항목이 들어가 있는가 하면 중국 피해 대책에 신재생에너지 투자사업이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혁신성장이라는 게 모호하다 보니 무엇이나 다 갖다 붙이기만 하면 혁신성장 대책에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정부는 연내 4차 산업혁명 등을 대비하기 위한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을 예정인데, 이 대책은 주요 혁신성장 추진안에 안 들어가 있습니다. 왜 안 들어가 있을가요? 정부 관계자의 말은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데요. 그의 말은 이렇습니다.

“특별한 조건에 맞춰서 정한 게 아니라 그냥 되는 대로 정하다 보니 빠진 것도 많은 것으로 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습니다. 혁신성장이 성공하고, ‘김동연 패싱’이 잠잠해지기 위해서는 더 세밀하고 촘촘한 경제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은 소득주도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가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자 급격하게 방향을 바꾼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7월과 같은 0%입니다.

현상황에 급급해 내놓는 대책은 실효성은 없고 되레 부작용만 낳습니다. 김동연 패싱이 잇단 대책발표와 승진 인사로 사실이 아니라고 증명될 게 아니라, 세련되고 정확한 대책으로 입증됐으면 합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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