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중력파 규명한 미국인 3명에 돌아가

중력파 첫 규명하며 '21세기 최대 발견' 평가
관측장치 '라이고' 통해 아인슈타인 가설 입증
빅뱅이론 등 우주비밀 푸는 기념비적 성과 호평

올해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라이너 바이스, 배리 배리시, 킵 손./BBC 캡처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아인슈타인이 1세기 전 주장한 중력파의 존재를 실제로 확인하며 ‘21세기 최대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아 온 라이너 바이스 매사추세츠공과대 명예교수 등 3명의 미국인 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바이스 명예교수와 배리 배리시 캘리포니아공과대학(캘텍) 교수, 킵 손 캘텍 명예교수 등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 연구진 3명을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중력파는 별의 폭발이나 충돌 등 거대한 우주 변화에 의해 시공간이 뒤틀리며 파장이 관측된다는 이론으로 지난 2015년 연구진들이 만든 중력파 검출장치 라이고를 통해 처음으로 관측됐다. 1916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으로 그 존재를 처음 주장했지만 변화 정도가 원자의 지름도 되지 않는 미세한 크기여서 이를 측정해 내는 데 100여 년이 더 걸린 것이다.


연구진들은 지난 2015년 워싱턴주 핸퍼드와 루이지애나 리빙스턴에 각각 길이 4km 지름 1.2m의 직각 모양으로 구성된 진공상태 레이저 통로를 만들어 중력파를 첫 측정했다. 각 검출기에서 레이저를 서로 수직인 두 방향으로 분리시켜 보낸 후 반사된 빛을 다시 합성해 경로 변화를 측정했는데, 만일 같은 시간에 같은 거리를 움직인다면 위상이 정확히 정반대인 상태로 겹쳐 아무런 신호도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실험 결과 미세한 신호의 경로 차이로 패턴이 정확히 겹치지 않아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었다. 이들이 첫 실험을 통해 관측한 중력파는 13억년 전 태양 29개, 태양 36개 질량의 두 거대한 블랙홀이 충돌할 때 만들어진 파동이었다. 라이고 연구진은 이날 이후에도 세 번 더 중력파를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3일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스톡홀름=EPA연합뉴스
중력파의 관찰에 온 학계가 흥분하는 것은 이를 통해 우주의 신비를 푸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중력은 질량 있는 두 물질이 끌어당기는 힘으로 우주의 시공간이라는 면에 거대한 질량의 물체가 놓여질 경우 트램폴린 위에서 아이들이 뛰놀 때 밑으로 푹 꺼지는 것처럼 질량에 따라 각기 다른 파동과 왜곡이 발생한다. 질량이 서로 다른 별에서 시공간의 왜곡 차이로 공전하는 행성 간 시간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이를 통해 설명된다.

특히 그간의 우주 관찰에는 물체를 통과할 수 없는 빛 만이 이용돼 앞을 가로막은 별 뒤를 관측할 수 없었지만, 중력파는 물체를 통과할 수 있기에 우주의 기원이나 빅뱅 이론 등 베일에 쌓인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라이고 연구는 1980년대에 바이스 명예교수와 킵 손 명예교수 등이 중력파를 검출하는 수단으로 처음 제안했다. 이후 거의 50년에 걸쳐 20여 개국 출신 1,000여 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로 발전해 중력파 확인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바이스는 이날 노벨위원회와 한 전화통화에서 수상소식을 전해 듣고 “(함께 고생한) 연구진 1,000명의 성과를 인정한 것이라고 여기겠다”며 “그것은 40년에 걸친 아주 헌신적인 노력이었다”라고 밝혔다.

BBC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확인한 세 학자에게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가 돌아갔다”며 “우주 비밀을 푸는 기념비적 성과가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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