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대량살육 위한 계획 범죄 정황 드러나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1일밤(미 서부시간) 발생한 총기 난사 참사는 애초부터 대량살육을 목적으로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상자를 낸 데는 총격범 스티븐 패덕(64)의 철저한 계산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킬링필드 그 자체였다”, “죽음의 상자에 갇힌 듯 했다” 등의 참혹한 증언이 이어지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총격범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8일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 베이 호텔에 체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장소인 32층 호텔 방과 총격범의 자택에서는 모두 40여 정의 총기가 발견됐다. 군 복무 경험은 없지만, 60대 백인 ‘무기광(狂)’의 범행은 애초부터 대량살육을 목적으로 짜여졌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무엇보다 인명피해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는 ‘자동연사’가 꼽힌다. 자동화기는 총기 보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도 1986년 이후로는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총격범이 자살하기 직전까지 묵었던 32층 호텔 방에서는 20여 정의 총기가 발견됐다. AK-47을 비롯해 소총도 10여 정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기관총으로 개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실제 사건 당시 총성은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AP통신은 3일(현지시간) 패덕이 총기 개조부품인 ‘범프 스탁(bump-stock)’ 2개를 갖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1발씩 발사되는 반자동 방식에 범프 스탁을 결합하면 1분당 400~800발의 완전자동 사격이 가능하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다만 법률상으로는 합법적인 반자동 소총으로 분류된다.

호텔 방에서는 사격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스코프(조준경)와 거치대도 발견됐다.

100m 높이의 32층 호텔방에서 고공 사격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통상 평지에서 인근의 불특정 대중을 겨냥해 발포하는 총기 난사에서는 땅바닥에 엎드려 몸을 피할 수 있지만, 비가 오듯 총알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마땅히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역대 총격사건 중 1966년 17명을 숨지게 한 해병대 출신 텍사스대 학생의 시계탑 총기 난사와 1976년 여자친구한테 차인 19세 청년의 위치토 호텔 총기 난사가 비슷한 경우지만, 이번만큼 사격지점이 높지는 않았다.

범행 현장으로 사용된 호텔 32층의 깨진 창문은 모두 2개다. 다소 떨어진 위치여서 얼핏 각각의 호텔방으로 보이지만, 통상의 스위트룸 구조를 감안하면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총격범은 서로 다른 각도의 유리창 2개를 해머로 깨고는 ‘자동화기’를 난사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 규모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적의 사각(射角)을 확보하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총격범이 창문 2곳을 모두 사용했는지, 한곳만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깨진 창문이 2개라는 점에서 공범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하고 있지만, 일단은 단독범행이라는 게 현지 수사당국의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