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쓴소리’가 이번엔 한 러시아 축구 구단을 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스포츠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 축구 구단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자국 선수들에게 충분한 출전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때문에 축구를 “진정한 러시아 경기”로 대중화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쓴소리에 세르게이 푸르센코 제니트 회장이 더 멋진 경기 스타일을 보여야 더 많은 팬을 유인해 축구를 진정한 러시아 경기로 만들 수 있다고 반박하자, 푸틴은 “유로파리그에서 제니트에 외국인 8명이 뛰던데 참 잘했다”고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
실제로 제니트는 지난달 말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8명의 외국인 선수로 선발 라인업을 완성했다. 8명은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가 5명,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이탈리아 선수가 각각 1명씩이었다. 이 경기에서 제니트는 러시아 선수인 알렉산드르 코코린의 2골에 힘입어 소스에다드를 3대 1로 이겼다.
푸틴의 이 같은 쓴소리는 내년 월드컵을 개회하며 최근 몇 년간 자국 축구 선수 육성에 힘을 기울여 왔던 러시아 축구계의 방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리그 경기에서 한 팀에서 최대 6명의 외국인 선수만이 동시에 그라운드에 나올 수 있게 만들 정도로 유럽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강한 자국 선수 보호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외국인 선수의 출전 제한을 지속하며 러시아 선수들의 몸값도 뛰어서 선수들이 자국 리그에 남는 유인이 된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과 올해 자국에서 열렸던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대표팀을 모두 자국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로만 채웠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