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하는 ‘수라간 시식공감’ 행사는 궁궐의 부엌인 소주방에서 왕실의 음식과 국악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다. 소주방을 가득 채우는 아름다운 국악의 선율을 들으며, 궁중의 음식을 먹다 보면 절로 어깨가 들썩거리며 추임새를 붙이게 된다. 밥과 반찬 9가지를 담아낸 동고리반상(동그란 형태의 고리로 음식 등을 보관하는 바구니를 뜻하는 옛말 동그리와 격식을 갖춰 차려낸 상차림을 뜻하는 반상을 합친 말) 도시락을 개인 반상과 함께 즐길 수 있다.
국악 연주인들과 나인 복장을 한 사람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우영탁기자
설레는 마음으로 첫발을 내디딘 수라간. 팔찌에 적혀있는 자리에 앉으니 가을 햇살 아래 국악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보자기에 싸여 있는 동그리반상/우영탁기자
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한국의집 연욱 대령숙수 /우영탁기자
조그마한 반상에는 보자기에 싸여 있는 동그리반상이 준비돼 있다. 대령숙수의 설명은 덤이다. 연욱 대령숙수는 이번 동그리반상에 대해 “임금은 12첩의 반상을 먹었다”며 “가을 식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담았다”고 설명했다.보자기를 풀자 놋으로 된 삼단유기합이 나온다./우영탁기자
3단 유기합을 분리해 상을 차린 모습./우영탁기자
보자기를 풀면 놋으로 된 3단 유기합이 나온다. 1단에는 섞박지, 대하잣즙채, 명란젓, 길경잡채, 백채찜이 있고 2단에는 밥과 버섯불고기, 낙지전복적이 있다. 3단에는 골동갱이라고 하는 국이 있다. 골동갱의 골동은 여러 가지라는 뜻으로 갈바실과 함께 여러 재료를 골고루 섞어 끓인 이 국의 맛이 일품이다. 마치 현대의 샤부샤부와 비슷한 맛인데, 더 깊다. 빨간 고추로 맛을 낸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해져 있는 혀가 호강하는 맛이다. 이 외에도 정조임금이 드셨던 도라지로 만든 ‘길경잡채’, 명나라 사신에게 베푼 연회에서 내었던 ‘낙지전복적’, 너비아니를 가을철 버섯향과 함께 낸 ‘버섯불고기’가 준비됐다.식사 도중 국악 소리꾼이 흥보가의 ‘박타령’을 부르고 있다. 중간 중간 유도하는 추임새는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맛뿐만 아니라 흥까지 돋운다./우영탁기자
식사와 함께 진행되는 공연팀 무악풍류가 진행하는 국악 공연은 식사의 풍미를 돋운다. 판소리 흥보가의 ‘박타령’을 비롯해 드라마 추노의 OST인 ‘비익연리’ , ‘아름다운 나라’등이 연주된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추임새는 공연의 꽃이다.유기합을 보자기에 싸는 궁중나인/우영탁기자
후식인 송편, 호두정과와 대추차. 포크 대신 사용하는 나무막대기의 모양까지 신경쓴 섬세함이 돋보인다./우영탁기자
식사참가비는 2만원이다. 가족, 연인과 함께 방문하기도 괜찮다. 주요 문화재인 경복궁인만큼 불을 사용해 조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도시락 형태인 3단 유기합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공연과 함께 식사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100% 사전예약으로 운영되며, 12시나 1시 중 한 회차를 선택할 수 있다. 문화유산의 보존, 보호를 위해 회당 60명으로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