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하반기부터 올해 9월까지 이뤄진 주요 기업 매각 사례를 보면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인 에비타(EBITDA·세전이자지급전이익) 거래배수가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높아졌다. 특히 수 조원 단위의 대형 거래에서 이 같은 추세를 보인 점이 눈에 띈다
에비타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현재 기업의 실제 가치에 해당한다.
에비타 거래배수는 매각가격이 에비타의 몇 배 인지 따져 기업가치를 얼마로 봤는지 파악할 수 있다. 매각가격은 순차입금과 지분매매가격을 더해 산정한다.
2016년 SK네트웍스의 동양매직 인수 때는 에비타 700억원에 인수가가 7,100억원으로 10.1배로 나타났고, 같은해 삼성전자(005930)의 하만 인수 때는 에비타 8,400억원에 인수가는 9조 3,000억원으로 11배 까지 높아졌다. 올해 MBK파트너스의 대성산업가스 인수 때는 에비타 1,600억원에 인수가가 1조 8,200억원으로 11.4배를 기록했고, 지난 25일 3조 1,000억원 규모로 거래를 마친 유니레버의 카버코리아 인수 때는 에비타가 15배 남짓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넘치는 유동성이 매각가격을 올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은 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이는 인수자 입장에서 앞으로 기업 매각 시 예상했던 수익률을 내지 못하는 요인이 된다. 결국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후 기업가치를 올리기도 전에 비싸게 사줄 인수자만 찾으면 팔아치우면서 기업을 망가뜨릴 수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아직 에비타 거래배수가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지만, 인수합병이 가장 활발한 미국에서는 11배 이상 되는 경우가 흔하다”면서도 “국내 유동성이 많고 투자처는 적다 보니 기업 매각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경향이 짙어지고 이는 거품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