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는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감독 이창재)’에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이같이 회고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노무현 대통령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연예인에게나 있던 팬클럽(‘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노사모’)’)이 생긴 최초의 정치인이었고, 대중이 가장 사랑했던 대통령이자 가장 미안해하는 대통령으로 남아있다. ‘노무현입니다’는 88 서울올림픽 장면을 시작으로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며 대중에게 노무현을 알린 5공 청문회 장면 등 현대사 속 노무현 그리고 노무현이 있던 정치사를 관통한다. 그러나 그 시간과 역사 속에는 정치인 노무현 1인이 아닌 희로애락을 그와 함께 하는 대중이 있었다. 이 때문에 영화는 우리가 사랑했던 정치인 노무현, 인간 노무현에 대한 담담한 기록이지만, 그에 대한 어떤 것도 감동과 슬픔이라는 잔상을 남기지 않는 기억은 없었다.
영화에서는 인권변호사 노무현을 감시하던 이화춘 중앙정보부 12기 공채요원이 주 화자다. 노무현을 감시하다 걱정하게 된 그의 이야기를 비롯해 개인 운전사의 결혼식 날 신혼여행지까지 직접 운전해서 배웅했던 인간적인 노무현의 모습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의 에피소드들도 등장한다. 또 문재인 현 대통령,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정치인부터 부림사건의 피해자, 강원국 전 대통령 연설비서관, ‘노사모’의 배우 명계남·문성근을 비롯한 회원 등 39명이 노무현에 대한 기억을 내놓았다. 특히 노무현이 비공식적으로 그의 모든 선거에 중용했던 선거 전문가 배갑상은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매력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었다. “화를 내는데 그 밑에 슬픔이 보여요. 슬퍼서 화를 내는 거에요. 자기 가슴을 먼저 열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매료 당해요.” 유난히 화를 많이 내던 노 대통령의 모습에서 대중들은 자신들의 슬픔을 보았던 것이 아닐까.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