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her)'의 운영체제 '사만다', AI의 바람직한 미래

세계적 AI 석학 저스틴 카셀 교수
“사람 감정 읽고 대화해야 진정한 인공지능(AI)”
로봇과 사람 사이에 신뢰와 친근감 형성될 때 업무 효율성도 높아져

영화 ‘ 그녀(her)’에서 남자 주인공인 ‘테오도르’가 인공지능(AI) 운영체제 ‘사만다’를 구매한 후 전원을 작동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 화면 캡처.


“사만다는 운영체제야.”

4년 전 인기를 끌었던 미국 영화 ‘그녀(her)’에서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가 친구에게 한 말이다. 아내와 별거 중이던 테오도르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 ‘사만다’에게 사랑을 느낀다. 스스로 생각하고 사람과 대화하는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운영체제 그 이상이었다.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존재였다. AI와 사람 간 감정의 교류, 영화 속 이야기는 우리 곁의 현실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저스틴 카셀 카네기멜론대 교수가 지난 9월 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전자부품연구원(KETI)에서 사회적 인지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AI)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성남=송은석기자


AI 로봇 분야 세계적 석학인 저스틴 카셀(58) 카네기멜론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지난 9월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전자부품연구원 대강당에서 ‘사회적 인지, 미래 대화형 시스템의 설계(Designing the Conversational System of the Future, Social Awareness)’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사람의 사고와 경험을 이해하는 상호관계적 AI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012년부터 다보스포럼의 세계미래회의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는 카셀 교수는 기존 AI와 사회적 인지 능력을 갖춘 AI ‘사라’의 차이점을 사례로 소개하며 운을 뗐다. 사용자가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기존 AI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영국에 있는 세계적인 프로축구팀”이라는 사실만을 나열한다. 이와 달리 사라는 “말도 안돼. 아스널이 훨씬 잘하는 걸”이라고 대답한다. 카셀 교수는 이에 대해 “사라는 빅데이터가 쌓인 단순한 검색 엔진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읽는 알고리즘이기 때문”이라며 “로봇과 사람 사이에 신뢰와 친근감, 즉 ‘라포(rapport)’가 형성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그녀(her)’의 한 장면. 남자 주인공이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구매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어 카셀 교수는 “AI에 라포로 설명되는 사회적 인지 능력을 탑재하기 위해서 사람과 사람 간 상호작용의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 본 사이일 때 또는 친한 사이일 때 사람의 행동은 달라진다. 이 차이는 사용하는 언어 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과 몸짓 등 여러 가지 비언어적인 표현에 녹아있다. 카셀 교수는 사람이 누군가와 친밀해져 가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모든 언어적·비언어적 부분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일반화된 모델을 만들었고, 이를 AI 알고리즘에 적용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표정만해도 심리적 상태를 추론할 수 있는 60가지의 포인트가 있다.

시간 변수도 AI 연구에 추가해야 하는 요소로 지적됐다. 현재 존재하는 로봇은 작동시킬 때 마다 같은 말을 반복한다. 어제와 똑같이 오늘도 “안녕하세요. 무엇이 필요하세요?”라고 묻는 식이다. 카셀 교수는 “AI 알고리즘에 시간 변수를 넣게 되면 사용자와의 추억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매일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고 어제 축적된 경험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를 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인지 능력을 로봇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은 전 세계 AI 연구에서 핵심이 되고 있다. 로봇과 인간이 협력할 때 좀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카셀 교수는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자신의 의사와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상대방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며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질 때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며 행복감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람이 구사하는 대화 전략을 인지할 때, 비로소 AI는 우리의 협력자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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