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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격적 당선 후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페이스북이 지적되자 영국 가디언이 내놓은 평가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둘러싼 정치 논란은 유럽의 주요 선거와 러시아 커넥션 연계 정황 등으로 사그라지기는커녕 점점 증폭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192개국 17억9,000만 명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명하는 장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넘어 하나의 미디어로 발돋움하고 있어 정치적 논란은 숙명적 과제라는 평가가 많다.
◇‘러시아 커넥션’의 불똥 페이스북으로 튀다=페이스북이 최근에 맞닥뜨린 정치 논란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커넥션’이다.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의 회동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키슬랴크 대사와의 만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의 유착 의혹 등 러시아 정관계 인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 대선 기간 러시아 정부 관계자와 접촉했다는 러시아 커넥션은 일견 페이스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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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정치 논란 시달려온 페이스북=페이스북은 각국의 중요한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논란에 휩싸여왔다. 가짜뉴스와 정치적 선동의 장이 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당선되는 일이 발생하자 주요 외신들은 대선 기간 페이스북이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수단이 됐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워싱턴DC의 피자집에서 아동 성매매를 주선하고 있다”거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지했다”는 등 사실무근의 가짜뉴스를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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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플랫폼 된 SNS, 정치 선동에는 안성맞춤=페이스북 등 거대 SNS가 가짜뉴스와 정치적 선동의 장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사용자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페이스북의 사용자 수는 17억9,000만 명으로 집계됐다. 페이스북이 진출한 국가는 192개국에 달한다.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언론들이 연합해 만든 단체인 ‘퍼스트드래프트뉴스’의 클레어 와들 선임연구원은 “192개국에서 각기 다른 언어와 맥락으로 공급되는 세계적 신문을 우리는 가져본 적이 없다”고 페이스북의 미디어적 성격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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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이처럼 다수가 활용하는 미디어로 부상하자 ‘존재 자체가 막대한 영향력’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페이스북 전 매니저는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면 미쳤다고 할 것”이라며 “우리(페이스북 직원)는 모든 선거에서 광고 경매를 부쳐 최고 입찰자에게 낙찰해도 된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규제하면 ‘표현의 자유’ 침해?=페이스북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자 각국 정부는 ‘가짜뉴스’ 근절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이 가장 적극적이다. 독일 정부는 가짜 뉴스가 실리는 매체에 한 건 당 최대 50만 유로(약 6억2,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과 가짜 뉴스를 막기 위한 별도의 기관을 설립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올리는 글을 SNS 회사가 일일이 단속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며 국가가 나서서 인터넷을 제약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사실상 가짜뉴스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쉽사리 제재안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한 미국 헌법의 정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