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s 모로코] 申에겐 아직 다섯번의 기회가 남았다지만…

위기의 신태용호, 10일 모로코와 평가전
러시아 평가전 2:4敗…여론 악화
리허설다운 경기 다섯 번뿐인데
일희일비 말라며 '과정'만 강조
'히딩크 감독설' 다시 불거질 수도

신태용 축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한국축구 대표팀은 내년 6월 월드컵까지 최대 14차례 A매치를 치를 계획이다. 이중 아시아가 아닌 지역에서 갖는 원정 평가전은 단 여섯 번이다. 그리고 이중 한 경기는 이미 마쳤다. 신태용호가 러시아월드컵에서 맞닥뜨릴 환경과 최대한 비슷한 조건에서 치를 리허설은 이제 다섯 번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10일 오후10시30분(한국시각) 스위스 빌·비엔의 티쏘아레나에서 열릴 모로코와의 평가전이 갖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욱이 지난 7일 러시아 평가전에서 0대4로 뒤지다 막판 2골로 겨우 자존심만 차린 터라 여론은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황이다. 뜨거웠던 ‘히딩크 감독설’은 “비공식적으로 한국 대표팀을 돕는다”는 합의에 따라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하지만 모로코전 경기 내용에 따라 더 큰 불덩이로 번질지도 모른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와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사이의 괴리=신태용 감독은 취임 후 2무1패의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에서 무득점-무실점의 ‘한 방이 없는 축구’로 일관하더니 첫 평가전에서는 두 번의 자책골을 포함해 4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신 감독의 말은 계속 바뀌고 있다. 최종예선을 놓고는 조심스러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내세웠다. 본선 직행이 유일한 목표였기 때문에 무실점에 몰두해야 했고 그런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것. 그렇다면 러시아전부터는 뭔가 보여줘야 했지만 팬들의 자조만 불러일으켰다. 히딩크 감독설로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신 감독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해야 한다”며 비장한 각오로 유럽 원정에 나섰다. 그러나 경기 뒤에는 “제 머리 안에는 월드컵 본선 무대만 있다. 평가전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며 완패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리허설다운 리허설은 고작 다섯 번뿐인데 내년 3월 평가전부터가 진짜 시험대라는 자세다. 팬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첫째도 수비, 둘째도 수비=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로 돌아가 보면 선발 수비진은 김민재·김영권·김진수·최철순(이란전), 김민재·김영권·장현수(우즈베키스탄전)로 각각 짜였다. 김민재·김진수·최철순은 K리거다. 신 감독은 그러나 이번 유럽 원정에 K리거를 배제한 전원 유럽파로 임하고 있다. 최종예선 기간 선수를 보내준 K리그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다. 결과적으로 수비 자원 일부만이라도 구단에 양해를 구하고 데려갔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경원·장현수·김주영의 ‘변형 스리백’ 고육책은 결국 수비 붕괴로 이어졌다.

한국의 기량은 선수단이 인정하듯 월드컵 본선 32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화끈하고 세련된 축구로 상대를 밀어붙이는 장면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벌떼 같은 끈질긴 압박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1대0 정도의 신승이나 무승부를 기대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그랬다. 이 같은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끈끈한 수비가 필수적이다. 신태용호는 러시아전에서 2도움을 올린 이청용이 그나마 돋보이기는 했지만 수비에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뻔한 교훈만 얻었다. 모로코전에서는 변형 스리백을 유지하되 송주훈·김기희·임창우 등 새 얼굴을 시험할 예정. 신 감독은 “지금은 플랜A가 아니라 플랜B를 연습하는 상황”이라며 “내 머리 안에 있는 과정을 통해 월드컵 로드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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