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6일만에 누적관객수 180만명, 7일째 전체 박스오피스 1위 및 예매율 1위에 등극 하며 새로운 흥행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영화 ‘범죄도시’가 9일 200만 관객 돌파와 함께 손익분기점 돌파 역시 확실시 되고 있다.
지난 3일 개봉 이후 ‘킹스맨2’ ‘남한산성‘ 등 대형 경쟁작들의 반절에 불과한 스크린 수와 청불 영화라는 핸디캡을 가지고 시작한 ’범죄도시‘는 오직 관객들의 호평과 응원에 힘입어 점차 전국 1311개의 스크린수를 확보하며 경이로운 기록을 이어갔다.
이러한 결과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리얼리티가 생명이다.”고 말하는 강윤성 감독의 넓은 시야와 현명한 선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 ‘범죄도시’ 감독 강윤성/사진=조은정 기자
● 나쁜 놈들을 한방에 쓸어버릴 끝.짱.나.는. 작전...그 전에 하고 싶었던 말은?중국에서 넘어와 범죄 조직의 경계를 넘어 일반 시민들까지도 위협하며 도시 전체를 순식간에 공포로 몰아 넣었던 ‘왕건이파’, ‘흑사파’ 조직을 대한민국 강력반 형사들이 한번에 일망타진한 신문 기사를 접한 ‘범죄도시’ 제작진(㈜홍필름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은 바로 영화화 하기로 결정했다. 그 어떤 사건 현장보다도 위험했던 현장에 시민의 안전을 위해 맨몸을 던졌던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에 매료된 것.
강윤성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강력반 활약상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하루 동안에 32명의 범죄자들을 잡았다는 팩트를 기반으로 강력반 형사들이 얼마나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지를 꼭 알려주고 싶었다”고 연출 계기를 전했다. 추가로 “나쁜 사람들은 반드시 응징을 당하고 벌을 받는다는 것을 함께 담아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범죄도시’가 흥미로운 지점은 형사가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형사물이라는 점. 형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가장 잔인하고 악랄한 악을 소탕하기 위해 끝장나는 대결을 준비하는 마석도(마동석)가 주축이 된 강력반 형사팀이 자비 없는 조직의 보스 ‘장첸’(윤계상)과 벌이는 리얼한 범죄액션 영화가 통쾌함을 선사한다. 영화적인 장치들을 배제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일상적으로 다가오게 만들고 싶었던 강 감독은 실제 강력반 형사들을 인터뷰하며 보다 그들의 눈높이에 다가가고자 했다.
강력반 괴물 형사들의 ‘조폭소탕작전’이란 작품 설명이 의미하듯 한판 치고 나가는 강력반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 친구들이 이야기한 것은, 형사도 형사답게 나왔으면 좋겠다였어요. 항상 사건이 끝나면 형사가 나오는데 실제로는 그러지 않는다는 점이요. 강력반 형사들이 건달들을 만날 때 제일 중요한 게 기선제압이라고 하셨는데 그 점 역시 영화 연출에 잘 담아내고자 했어요. 리얼리티에서 벗어나지 않게, 제가 원했던 형사의 모습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형사 분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범죄도시’ 스틸
● 실화· 공간· 인물.... ‘리얼리티’ 3합 “한국 영화 중 가장 현실적이고 리얼리티 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범죄도시’가 조금이나 강력반 경찰분들의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이 영화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리얼리티가 가이드라인이었다”고 밝힌 강윤성 감독은 “리얼리티에서 심하게 벗어나는 캐릭터의 말투나 유머, 행동 등은 배제를 시켰다.”고 연출 포인트를 전했다.
‘범죄도시’에서 강력한 형사들이 머무는 곳인 이동식 트레일러 역시 리얼리티에서 착안한 설정이다. 컨테이너가 여러 개 연결 돼 강력반1.2.3.4.5반으로 불린다. 서울 시내에서 컨테이너 사무실을 쓰는 경찰서론 금천서와 함께 한군데 더 있다고 한다. 특수 범죄자들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본관과 따로 떨어져 있는 이유도 있지만 강력반의 처우 환경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예산 문제 때문에도 그렇지만 컨테이너 속 환경이 너무 열악해요. 여름엔 너무 덥고, 또 겨울엔 너무 춥거든요. 금천서가 올해는 새 건물로 이전을 한다고 하는데 여태껏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게 안타까워요. 형사분들에게 여쭤보니 국가 예산 배정에 있어서 경찰 복지가 나중이라고 했어요. 저희 영화가 알려지게 되면 그런 경찰분들의 처우 개선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컨테이너 사무실 내부 속으로 들어가면 ‘진실의 방’을 만날 수 있다. 범죄자가 취조 및 자백에 협조적이지 않을 때 마석도가 ‘진실의 방’으로 따라 올 것을 지시한다.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장면이지만 이 역시 실제 공간에 기반한 세트다.
“실제 컨테이너안에 차려진 강력반 사무실을 들어가면, 진실의 방과 똑같은 내부 구조를 확인할 수 있어요. 집에 못 들어가는 날이 많으니 그 안에서 잠자리로 쓸 수 있게 2층 침대도 배치 돼 있어요. VIP 시사 때 금천구 경찰분들을 초대해서 보여드렸는데, 형사들이 ‘정말 진짜같이 표현하셨다’는 말을 해 주셔서 뿌듯한 마음이 있었어요. ”
강윤성 감독(맨 오른쪽)이 배우들과 기념사진을찍고 있다.
● 형사와 악인의 곁가지를 떼고 나니 진짜 이야기가 보였다‘범죄도시’는 구태의연한 형사물이 아니다. 상황과 행동에 집중한 범죄영화답게 이야기 자체만 뚝심있게 끌고 간다. ‘형사는 형사처럼, 악인은 악인처럼 보이게 해 각자의 본질에 충실했다’는 얼핏보면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를 그간 한국 형사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곁가지 이야기들에 분량을 많이 할애하다보니 본질을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어요. 마석도의 가정사를 처음엔 넣을까도 고민했어요. 기획단계에선 마석도 와이프랑 딸이 등장했어요. 하지만 형사가 이렇게 어렵게 산다는 표현은 너무 많이 봤잖아요. 이런 곁가지를 다 떼버리고 강력반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나쁜 놈들이 벌이는 행동을 그려내자 마음먹었어요.”
“진짜 나쁜 놈에겐 왜?가 중요하지 않잖아요. 악인의 전사나 목적 그런 것들을 설명 하게 되면 악인이 악인처럼 보이지 않아요. 관객이 장첸을 동정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선택과 집중’에 능한 강윤성 감독은 강력반 팀중 막내형사 강홍석(하준)에겐 전사를 만들어줬다. 특히 정보과란 외부에서 강력반으로 들어온 인물인 ‘홍석’의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나지 않으면 강력반이 어떤 곳인지 입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 생겼던 터.
“홍석은 강력반에 본인 의지로 들어왔는데 자기가 버티지 못하고 나가요. 이후 다시 강력반에 복귀하게 되는 라인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막내 형사를 통해서 인물의 드라마를 주고 싶었어요. 전 감독은 무조건 관객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 설명한다고 해서 관객이 이 상황을 이해할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려면 먼저 감독이 관객을 믿어야 가능해요. 저 역시 그렇게 영화를 봅니다. ”
영화 ‘범죄도시’ 배우 김성규와 진선규(오른쪽)
● 윤계상보다 더 악랄한 진선규를 관객들이 못 만날 수도 있었다!?‘범죄도시’ 강력반 형사팀은 영화적으로 코믹을 책임지고 있고, 장첸팀은 긴장감과 스릴을 집중포격한다. 또한 어린 중국 동포 왕호를 등장시켜 감동과 동정의 박수를 보내게 한다. 이야기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는 긴장과 코믹이 액션을 만나 시너지를 발휘한다. 강윤석 감독의 최대 장기인 ‘이야기의 희노애락’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채 그렇게 관객의 마음을 붙들었다.
‘이야기의 희노애락’이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진짜를 담아낸 배우들의 내공에 있다. 연기력과 절실함을 갖춘 배우들을 찾기 위해 1,200명이 넘는 오디션을 진행하며 찾아낸 배우들이다. 강력계 형사팀인 홍기준, 허동원, 하준 배우가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회자 되고 있고 <대립군>의 ‘골루타’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박지환 배우가 또 다른 범죄조직 이수파 두목인 ‘장이수’를 맡아 펄떡이는 활어 같은 연기를 선보인다.
그 중 신흥범죄조직 보스 ‘장첸’(윤계상)의 패거리로 등장해 열연을 펼친 김성규, 진선규 배우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진선규 배우는 ‘범죄도시’에 합류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고 한다. 연기 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엔 다소 서투른 진선규 배우의 모습에 1차 탈락 결정이 떨어진 것. 그러나 진선규 배우의 역량을 잘 알고 있는 많은 스태프들이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고 한다.
“진선규씨는 연기적으로 너무 연기를 잘 하시는 분이세요. 제 개인적으론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인물에 대해 질문을 던졌는데 제가 원하는 답을 하지 못하셨어요. 1차 때 아쉽게 떨어지셨는데, 그 뒤 2차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인 120프로로 준비해오셨어요. 그 분한테 절실함을 느꼈어요 기본적으로 연기도 잘 하시지만 절실한 배우들이랑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저도 17년만에 데뷔를 하는 감독이라 제 자체가 절실한데, 배우들도 같이 절실하게 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절실함’과 ‘진실함’이 무기인 강윤성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범죄도시’의 호평을 살펴보면 조연들이 각자의 역할에서 주연으로 보인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이는 감독의 역량에서 비롯됐다.
“감독의 역량이라고 봐주신다면 감사합니다. 전 다만 이야기 매 장면이 주연에만 포커스를 두는 게 아닌 상황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그 상황 안에서 자연스럽게 주연이 보이고 인물들이 보이게 되거든요. 주연배우의 심리와 주연배우의 장면에만 집중해서 간다면 주연배우만 보이게 되는 우를 범하겠죠. 전 리얼리티가 가장 큰 목적이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모두가 다 보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영화 ‘범죄도시’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를 꿈꾼 감독...“소모되는 영화가 아닌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던지고 싶다”첫 장편영화 입봉작을 성공적으로 데뷔시킨 강윤성 감독은 젊은 시절, 배우의 꿈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2002년 ‘유아독존’(감독 홍종오) 영화에선 경찰로 출연했고, 2003년 ‘영어완전정복’(감독 김성수)에선 바텐데로 등장했다. 이후 10여년이 흘렀지만 배우에 대한 꿈을 포기한 건 아니다. 다만 스스로 연기가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자신이 연출을 맡은 영화에 욕심이 앞서 출연해, 함께하는 스태프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유아독존’ ‘영어완전정복’ 속 제 모습은 지금 봐도 너무 못하드라구요. 꼭 연기하고 싶다고 해서 감독님이 써주셨는데 연기적으로 잘 못 했어요.(웃음) 메소드 배우가 되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배우를 꿈꿨던 게 꼭 나쁘지만은 않아요. 배우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 연출에 도움이 되거든요. 배우 입장에서 논의하고 호흡해가는 게 계산이 서니까 배우분들이랑 이야기하는 게 항상 즐거워요.”
경희대 물리학과를 나오고 미국 Art University(AU)에서 영화연출과 석사를 마친 강윤성 감독은 영화 감독의 길에 들어서게 된 이유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던지고 싶었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파급력 있게 이야기를 던질 수 있는 게 ‘영화’란 매체 같아요. 영화는 오래 남고, 작품으로 인정이 되잖아요. 제가 그 시기에 하려고 했던 이야기들을 정확하게 기록 할 수 있고, 전 할 수 있어서 영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상업영화 작가적 영화를 따로 구분하기 보다는 명확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20년이 넘게 시나리오만 열심히 써왔어요. 차기작은 2편 정도 있는데, 하나는 ‘범죄도시’ 같은 형사물이고 또 하나는 차원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스릴러물입니다. 지금 가장 바라는 건 ‘범죄도시’가 잘 돼서 속편이 만들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범죄도시’ 마동석
추가로 강윤성 감독은 10년 이상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마동석을 처음엔 형인지 알고 ‘동석이 형’이라고 불렀던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나이 정리가 돼 말을 트게 돼 친구로 지내고 있는 강 감독은 “‘범죄도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마동석씨 집에서 매일 만나 회의도 하면서 함께 아이디어를 내며 만들어갔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마동석씨 같은 엄청난(?) 체형의 형사들을 본적이 있냐는 질문에 “동석씨 같이 체격만으로 압도되는 형사들, 마른 형사들, 꽃미남 형사들 모두 다양하게 만났는데 그 경험을 강력반 캐스팅에도 그대로 녹여냈다”고 답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