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최근 ‘법관의 각급 법원 배치 효율화에 관한 정책연구용역’을 긴급 발주했다. 연구용역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이번 연구용역은 공정하면서도 신속한 재판 수행을 위해 각급 법원이 담당하는 업무량에 맞게 법관을 적절하게 배치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업무량이 많은 법원에 법관을 적게 배치할 경우 사건 처리 지연이나 사건 심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해 소송 당사자의 불만이 증가하고, 반대로 업무량이 적은 법원에 법관을 많이 배치할 경우 해당 법원에 유휴 인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16년 시행한 ‘적정 법관 수 산정에 관한 연구’ 결과인 ‘사건의 질을 반영한 총 업무량 추정 방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각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수임과 접수사건 수와 함께 사건 종류별 난이도를 고려해 사건 종류별 평균 업무부담 차이를 계산한 것이다. 이 계산에 따르면 민사소액사건에 투입되는 업무부담을 1이라 할 경우, 단독사건은 7.5, 합의사건은 17.4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이번 연구용역의 목적을 ‘법관 인력 정책목표의 방향 전환’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법관 인력 정책은 정원 증가에 초점을 맞췄지만 판사의 현원이 정원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자 인력 정책을 수정한 것이다. 실제 지난 2014년 개정된 판사 정원법에 따르면 오는 2019년까지 판사 정원은 3,124명까지 증원 예정이고 올해 정원은 3,034명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신규임용 예정인 판사를 모두 포함해도 3,000명 미만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도 수년간 판사의 현원은 정원보다 50~100명 정도 모자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법관 부족 현상의 원인으로는 우선 여전히 많은 퇴직자가 꼽히고 있다. 처우개선 등을 통해 법관 퇴직인원은 2006년 107명에서 2013년 62명으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최근들어 2014년 67명, 2015년 50명, 2016년 53명으로 연간 50~6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또 10년 이상 법조경력을 가진 변호사 등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제도 역시 아직 정착을 하지 못하면서 법관 증원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조일원화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임용자격인 법조경력 10년 이상이라는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나 검사가 법관을 지원했을 때 해당 조직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법조일원화 취지에 맞춰 검찰이나 로펌 등에서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