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대형 쇼핑시설 ‘패키지 규제’가 윤곽을 드러냈다. 이에 따르면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이어 스타필드 하남과 롯데몰 등 대기업 계열의 복합쇼핑몰도 매월 2회 공휴일 의무 휴업이 도입된다. 또 전통시장 주변은 물론 기존의 골목상권이 ‘상업보호지역’으로 지정돼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 대규모점포 출점이 원천 봉쇄된다.
9일 정부와 여당에 따르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정부와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10대 공약 중 하나인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마련한 이른바 ‘쇼핑몰 패키지 규제법안’이다.
문제는 윤곽을 드러낸 당정의 쇼핑몰 패키지 규제법안이 최대 5조 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형평성과 소비자 편익침해 등 여러 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한 전문가는 “유통 트렌드가 변하면서 쇼핑몰을 규제한다고 전통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입증이 됐다”며 “법안 심사 과정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 당정, 패키지 쇼핑몰 규제법안 보니 = 의원입법 안을 보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 쇼핑몰은 현재 대형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마찬가지로 매월 2회 의무적으로 쉬도록 했다. 스타필드 하남과 롯데몰 등이 그 대상이다. 의무휴업은 현재 대형마트 및 SSM과 마찬가지로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이해 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단 이번 안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월 4회 확대나 백화점과 면세점에 대한 의무휴업 도입과 일정 면적 이상 대규모점포에 대한 의무휴업 등 강화된 영업규제는 빠졌다. 또 현행 등록제는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아울러 새 의원입법 안은 대형 마트를 비롯한 대규모점포의 출점을 더욱 깐깐하게 규제했다. 현행 전통상업보존구역과 일반구역을 ‘상업보호구역’과 ‘상업진흥구역’, ‘일반구역’ 등으로 개편해 상업보호구역에는 대형 쇼핑몰의 출점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 형평성에 경제적 손실 등 문제 =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당정 패키지 법안의 문제점으로 우선 형평성이 거론된다. 이케아, 다이소 등 이른바 전문매장은 의무휴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울러 의무휴업 적용 대상이 되는 쇼핑몰 기준도 모호하다.
일단 당정은 현재 쇼핑몰로 등록된 유통시설만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울렛만 놓고 봐도 A사는 쇼핑몰로, B사는 아울렛으로 등록하고 있다. 즉 같은 아울렛이라도 한 쪽은 의무휴업 대상이 되고, 다른 쇼핑몰은 제외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의원입법 안을 보면 지자체가 쇼핑몰 분류 기준을 재정비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마리오 아울렛을 쇼핑몰로 보느냐 등 지역에 따라 심한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통업체 고위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쇼핑몰 판단 기준이 다른 상황이 발생하면서 이에 따른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도 막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것도 문제다. 복합쇼핑몰 하나당 5,000여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유통 업계에서는 면적과 내용물을 기준으로 백화점·아웃렛까지 전부 복합쇼핑몰로 분류되면 대형 유통 업체들이 입는 연간 매출 손실은 최소 2조 4,000억원, 최대 5조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