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노동당 총비서 추대 20주년인 지난 8일 인민군 장병들과 근로자·학생들이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기념일인 10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비롯한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 추대 20주년인 지난 8일부터 노동당 창건일인 10일 사이에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해왔다. 특히 2~5일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의원들이 “북한이 사거리 1만2,000㎞에 이르는 더욱 강력한 장거리미사일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관측에 설득력을 더했다. 북한 관계자들은 해당 미사일이 괌을 넘어 미국 서부 해안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러시아 의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구체적인 도발 시나리오로는 ICBM급 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정상각도(30~45도) 발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화성-14형은 1단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2단체로 개량한 ICBM급 미사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7월 화성-14형의 고각도 시험 발사로 기본 성능을 확인한 만큼 이번에는 실전배치를 위해 태평양을 향한 정상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 밖에도 북한이 현재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3단체 ICBM급 미사일 ‘화성-13형’도 있다. 북한은 화성-13형의 사거리를 1만2,000㎞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발사된 적이 없어 실제 성능은 확인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유감스럽지만 오직 단 한 가지 수단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먼저 경고장을 날리면서 북한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이 군사대응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사일의 고각 발사를 통해 위협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의 군사옵션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8월에도 북한의 ‘괌 포위 사격’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맞받아치자 북한은 괌이 아닌 일본 상공으로 미사일을 날려 수위를 조절한 바 있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인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는 “미국이 계속 군사옵션을 얘기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각도로의 ICBM 시험발사는 자칫 자멸로 갈 수 있다”며 “북한이 미국의 군사옵션을 실행에 옮길 명분을 제공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숨 고르기에 들어갈 타이밍”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 시점을 연말이나 내년 초로 잡으면서 도발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 정부와 미국이 북한 노동당 창건일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는데다 북한이 이미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인사 개편을 단행한 만큼 추가로 도발까지 할 요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노동당 창건일에 특별한 군사행위를 벌인 적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이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여는 오는 18일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8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10일과 함께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는 시점으로 꼽혀왔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한 데 대한 항의로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예측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이처럼 위기감을 최고조로 올린 뒤 대화를 제안해 분위기를 반전시킬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