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이 지난 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0세의 나이였다.

한때 그는 의사였다. 1917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나 1937년 명동의 성모병원 소아과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진료 시작 일주일 만에 우유 때문에 사망한 환자를 경험했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고인은 그 길로 원인을 찾아 나섰다. 1961년 영국 런던대학원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UC메디컬센터 등을 오가며 유학생활을 했고 결국 사망 원인이 모유나 우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고인은 곧 두유를 개발해냈다. 유당이 없고 3대 영양소가 풍부한 콩을 이용한 것이다. 그는 이를 식물성 밀크(Vegetable Milk)라는 의미의 ‘베지밀’이라 이름 붙였다.


1973년 회사 정식품을 창업하고 1984년 세계 최대 규모와 시설을 갖춘 두유 전문공장을 준공한 그는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콩과 관련한 제품의 개발과 품질 개선에 힘썼다.

그는 사회 공헌에도 힘썼다. 고인은 “누구든 공부에 대해 가슴앓이를 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1984년 ‘혜춘장학회’를 설립했다. 이로써 지난 33년간 약 2,350명에게 21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오는 12일이다.

/류승연 인턴기자 syry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