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좌파 혁명가 체 게바라 50주기…볼리비아서 각종 기념 행사 열려

모랄레스 대통령과 체 게바라 자녀들 기념식에 참석해
시신 묻혀 있는 쿠바에서도 추모 대규모로 열려

지난 9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중부 도시 바예그란데에서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사망 50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는 와중 한 남성이 체 게바라 그림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AFP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이자 중남미 좌파를 상징하는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가 사망한 지 만 50년이 되는 지난 9일(현지시간) 체 게바라가 처형당한 곳인 볼리비아에 수천 명에 달하는 추모객이 몰렸다.

라 라손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볼리비아 동남부 소도시 바예그란데에서 체 게바라 50주기 추모식과 행진이 열렸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을 비롯해 체 게바라의 4자녀 등이 추모식에 참석했다. 라미로 발데스 쿠바 국가평의회 부의장과 체 게바라 동생인 라미로 게바라, 타렉 엘 아이사미 베네수엘라 부통령, 쿠바와 볼리비아에서 체 게바라와 함께 게릴라 활동을 했던 동지인 해리 비예가스와 레오나르도 타마요 등도 참석해 체 게바라가 걸었던 길을 기렸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추모식에 앞서 트위터에서 “50년이 지났지만 체 게바라는 자유와 평등을 위해 확고한 투쟁을 벌이는 젊은이들 가슴에 살아 있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날 수많은 추모객이 몰리면서 호텔 방 예약이 가득 차 군이 바예그란데에 마련한 텐트에서 야영한 뒤 행사에서 귀빈을 맞았다. 앞서 모랄레스 대통령은 체 게바라가 처형당한 시골 마을 라이게라까지 도보 행진을 하고 게바라 흉상에 헌화했다.

지난 5일부터 체 게바라 50주기을 기념하기 위해 볼리비아에서는 각종 토론회, 포럼, 문화제, 영화 상영 등 크고 작은 행사가 열렸다. 체 게바라가 혁명에 성공한 쿠바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리는 등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전날인 8일 체 게바라가 묻힌 쿠바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포함해 많은 쿠바인과 6만~7만에 달하는 전 세계 참배객이 몰렸다. 체 게바라 부계 혈통이 있는 아일랜드에서는 사망 50주년을 기념하는 1유로짜리 우표가 발행됐다.

체 게바라는 1928년 6월 14일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 태어나 의사로 살던 중 자본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혁명가가 되겠다고 마음먹고는 1956년 11월 피델 카스트로 등과 함께 그란마 호를 타고 쿠바로 건너갔다. 1958년 쿠바에서 친미 풀헨시오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전복시킨 체 게바라는 이후 중앙은행 총재와 산업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농지 개혁을 이끌었다.

남미 다른 국가에서도 혁명을 이끌기 위해 체 게바라는 1965년 콩고 반군을 거쳐 이듬해 볼리비아로 건너갔다. 볼리비아에서 레네 바리엔토스 군부 정권을 무너뜨린 뒤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하고자 47명으로 구성된 다국적 게릴라 부대를 조직해 무장투쟁을 이어갔다.

1967년 10월 9일 라이게라 한 학교 건물에서 체 게바라는 39세 나이로 처형돼 혁명 일기를 마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지원을 받은 볼리비아 정부군에 총상을 입고 체포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시신은 라이게라에서 60㎞ 떨어진 바예그란데에서 전시된 뒤 불태워져 암매장됐다. 30년이 지난 1997년 전기작가 존 리 앤더슨이 비밀 무덤에 안장된 시신을 발견해 체 게바라는 쿠바로 옮겨졌다.

체 게바라는 민중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좌파 혁명가라는 칭송을 받는 한편 잔혹하고 피에 목마른 무장투쟁가라는 엇갈린 평가도 받고 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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