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가운데)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회동을 갖기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원식(왼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정우택(〃 네번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어색한 듯 고개를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4당 원내대표가 10일 추석 연휴가 끝나고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덕담이 이어지며 잠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공식 발언이 시작되자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의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국회는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문제가 있어 협치가 필요한 때”라면서 “낮은 자세로 야당의 말씀을 잘 귀담아듣겠다”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우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여당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과거지향적으로 가는 것 같다”면서 곧 다가올 국정감사를 정부의 무능을 심판하는 ‘무심 국감’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여당의 활동이 정치보복 성격을 띠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려 한다면 노무현·김대중 정권의 적폐도 살펴봐야 하지 않느냐”면서 “문재인 정부에 유리한 것만 골라서 하는 것은 정치보복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고 그게 바로 원조적폐”라고 말했다.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데 이 정부는 재개정이 없다는 식으로 국민을 속여왔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역시 “탄핵을 딛고 선 정권이 또 적폐를 파헤치겠다고 한다”면서 “보수의 씨를 말리고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사받은 것에 대해 보복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고 일갈했다. 그는 “부처마다 적폐위원회를 만들어 코드 인사로 채우고 마음에 드는 것만 파서는 정권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미 FTA 체결 당시 진보정권에서 극심한 방해가 있었고 광우병 소동도 있었다”면서 “그때는 왜 그랬는지, 지금은 어떤 입장인지 꼭 들어봐야겠다”고 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온도차는 있었지만 다소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적폐청산은 헌법 유린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 대개혁의 초석을 놓는 일이지만 과거에만 매달리고 있는 데 대한 국민의 염려가 크다”면서 “적폐청산만으로는 정권의 정당성이 확보되지도, 성공적 국정운영이 보장되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