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의원 "대법원 키코(KIKO)판결, 대형 은행들 면죄부 준 꼴"

대법원 국정감사서 주장
"은행 사기 입증 핵심증거 수사보고서 존재 알고도 묵살"

대법원이 키코(KIKO) 판결의 내용을 뒤집을 수 있는 핵심 증거의 존재를 알고도 이를 묵살하고 서둘러 판결을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이 키코(KIKO)계약의 은행 사기를 입증할 수사보고서가 곧 제출될 수 있는 상황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기다리지 않고 만장일치로 은행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키코 사건에서 은행의 수수료에 대한 사전 설명의무가 있었는지는 판결의 결론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쟁점이었다. 실제 대법원은 2013년 키코의 은행수수료가 시장의 관행에 비하여 현저하게 높지 않기 때문에 설명할 의무가 없고 따라서 키코사건에서 은행의 책임은 없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키코거래로 은행이 막대한 수수료를 챙겨갔다는 은행 딜러의 녹취록과 수사자료는 대법원의 결론을 뒤집어 은행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었다는 게 박 의원 측 설명이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으로 변론을 종결한 후 2개월이 지난 2013년 9월 26일 판결을 선고했다. 수사기록은 서울중앙지검의 거듭된 항소로 대법원까지 거쳐 키코판결 선고 6개월 후인 2014년 3월 14일 공개됐다.

당시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검사는 은행이 선물환으로 인한 마진보다 KIKO가 훨씬 더 많이 이익이 남는다고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KIKO를 판매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KIKO는 1달러 당 4원, 선물환은 1달러 당 10전의 마진으로 KIKO가 선물환의 40배에 달하는 은행 수수료를 안겨준다고 분석하고 있다. ‘왕건이 하나 건졌다, 엣날보다 더 많이 먹었다’, ‘자칫 잘못하면 은행이 마진을 무지 많이 남기는 것으로 알아버릴 수 있다’ 와 같은 은행 딜러들의 적나라한 발언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 의원은 “은행들이 키코를 ‘제로 코스트’라며 판매했는데 만일 이 거래가 은행들의 마진이 큰 거래라는 걸 기업들이 미리 알았더라면 선물환이라는 더 값싼 환헷지상품을 두고 키코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선물환거래의 40배에 달하는 은행마진을 설명하지 않은 것은 기업들을 속여 키코를 팔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12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키코 수사가 윗선의 지시로 무마되는 과정을 질의했었는데 당시 수사검사가 어렵게 만든 수사기록마저 재판 증거로 쓰이지 못했다”며 “대법원 키코판결은 검찰과 법원, 거대 은행과 로펌이 합작해 진실을 호도하고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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