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잇따라 내놓는 대책들이 워낙 강력한데다 주요 타깃은 가수요를 포괄한 수요 억제입니다. 게다가 추가 대책까지 앞두고 있어 매수 의지는 시간이 갈수록 꺾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봅니다.”(김연화 기업은행 부동산팀장)
8·2부동산대책 이후 한동안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잠실 주공5단지’의 50층 재건축 성사로 단번에 반전됐다. 여기에 ‘신반포센트럴자이’ 등 신규 아파트 청약 흥행 및 ‘반포 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 경쟁 등 이슈가 이어지자 강남 재건축뿐 아니라 일반 아파트 단지로까지 상승세가 옮겨붙는 모양새다.
이제 관심은 이 같은 열기가 어디까지 확산될지에 쏠린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상승세가 서울 전역 등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과 강남권 등 일부에만 한정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다.
우선 열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정부가 갖은 정책을 내밀어도 시장에 잠재하는 수요를 이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저금리 장기화로 시중에 풀려버린 막대한 유동자금은 부동산 시장의 열기를 재점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실거래 자료를 보면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P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7월 4억7,000만~5억2,000만원까지였던 실거래가가 8월 4억6,000만~4억7,5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9월 들어 4억6,700만~4억8,400만원으로 회복했다. 광진구 구의동의 H아파트 전용 84㎡ 역시 8월 7억5,000만원에서 9월 8억1,400만원까지 실거래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 판교동의 S아파트 전용 115㎡도 7월 9억7,000만~9억9,000만원이었던 실거래가격이 8월 8억8,000만원까지 떨어진 뒤 9월 들어 10억원에 도달했다.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위례신도시)의 X아파트 전용 84㎡도 7월 6억9,000만원에서 8월 5억7,479만원으로 떨어졌지만 9월 7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지난달 5일 투기과열지구로 새로 지정된 대구 수성구와 성남 분당구의 경우 이날 한국감정원이 공개한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조사에서 각각 0.26%, 0.16%를 기록하며 상승폭이 2주 전보다 2배 안팎 커졌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시중의 유동자금이 풍부하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강남권에서 집값이 오른다고 하니 다시 부동산으로 시선이 쏠리는 것”이라면서 “다주택자들의 양도세가 강화되는 내년 4월 전까지 서울 전역 및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지금보다 활발한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남 재건축의 호재가 강남권 시장을 밀어올리듯 강북 뉴타운지구의 사업 진척과 신규 분양이 일대 상승세를 이끌 수 있다”면서 “수도권 외곽 지역까지 상승세가 오기는 힘들어도 서울은 올해 말까지 상승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방위적 확산은 힘들 것이라는 의견 역시 적지 않다. 지금의 상승세는 서울 일부 지역 및 개별 단지에서 나타나지만 더 큰 범위로 확산되기에는 동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관되게 시장 과열에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으며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등의 이유에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이 국지적 과열이라는 데도 동의하기 힘들다”면서 “현재 호가 중심의 상승세는 거래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언제든 쉽게 꺼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의 경우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7월 1만4,586건에서 9월 8,419건까지 떨어졌다.
이같이 시장을 바라보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정부가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정부가 시장을 잘못 건드리면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더 큰 가격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추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직전 조사 때와 같이 0.0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