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김상곤, 좌고우면할 때 아니다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입안자인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교육계에서는 10년 보수정부 아래에서 쌓인 다양한 모순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수많은 갈등과 논란이 일어났다. 자사고·외고 폐지,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자사고·외고의 운명은 일괄폐지에서 일반고와 동시선발로 방향을 바꿔 학생 선발의 특혜를 없애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고교체계 단순화 문제는 국가교육회의에서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수능 개편안 확정은 지방선거 이후인 내년 8월로 연기됐다.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대입정책이 내년 6월 지방선거라는 정치 이벤트에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예상대로 ‘용두사미’에 그쳤다. 당초 교육계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임용 시스템을 무시한 채 정규직 전환을 강행하면 ‘역차별’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긁어 부스럼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한 사안이 없다 보니 여론의 평가는 냉혹하다. 7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얻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지만 교육정책 지지율은 30% 중반대에 그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새 정부가 교육 분야만큼은 “결정장애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요 의사결정을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는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그나마 선거에서 이기면 다행이지만 진보 교육감이 다수 낙선하거나 단체장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은 사실상 끝장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 교육정책 입안자라면 선거와 관계없이 설익은 공약을 재점검해 큰 그림을 제시한 뒤 과감히 실행에 착수해야 한다. 지방선거 이후로 결정을 미루기보다는 오히려 선거에서 새 정부의 정책을 다시 한 번 심판받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게 한때 여당 대표로까지 거론되고 새 정부 출범에 공을 세운 ‘정치인 출신’ 교육부 장관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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