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20년 한국경제 다시 비상벨<4>] "주식투자 공포·왜곡...IMF가 남긴 상흔 여전"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인터뷰
기본 무시하고 테마주에 휩쓸려
2~3년내 글로벌 경제 주춤할 것
금모으기 운동처럼 지혜 모아야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IMF 외환위기로 생긴 상흔이 국내 주식 시장과 경제에 아직 남아 있습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복기하는 신성호(사진) IBK투자증권 사장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당시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으로 시장의 최전선에 있었던 신 사장은 환란을 거치면서 알게 된 글로벌 경제질서에서 다시 외면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IMF 당시 지수 폭락은 투자자들에게 주식투자에 대한 공포와 왜곡을 심어줬다. 신 사장은 “IMF 사태 이후 증시에서 주가의 정점이 기업 이익의 정점을 앞서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트라우마를 겪은 투자자들이 소극적으로 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선거철에 나타나는 테마주와 같이 기형적인 투자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투자자 입장에서 기본을 무시하고 순간의 조류에 맞춰 투자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인식이 생긴 것도 IMF의 부작용”이라고 덧붙였다.


신 사장은 IMF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투자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이 증시의 과실을 다 챙겼다는 비판은 한 단면만 본 것”이라며 “국내 증시의 파이를 키웠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증시에서 외국인을 이기려면 결국 실력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입장에서 제2의 환란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질서에 좀 더 순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 사장은 “IMF 환란을 돌이켜봤을 때 일본 등 주요국들과 통화스와프가 종료되는 것은 위험한 신호”라며 “중국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갈등을 겪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하는 등 외교 관계가 삐걱거리는 것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환경이 악화되는 시점이 다가오는 만큼 정부를 중심으로 국민들이 힘을 합쳐야 제2의 환란이 발생해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사장은 “IMF의 추후 5년 경제전망을 보면 한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인 미국이 내년을 고점으로 경제성장이 둔해지고 중국의 성장률은 계속 하락하게 된다”며 “순환 사이클로 봐도 2~3년 안에 글로벌 경제는 주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캠페인이고 최종 경제활동의 주체는 개인”이라며 “IMF 당시 국민적 금 모으기 운동처럼 국민들이 힘을 합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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