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니 훌쩍훌쩍...긁적긁적...몰려오는 '가을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세기관지염·건선

밤낮 기온이 10도 이상 차이 나고 건조한 날이 많은 가을 환절기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에게는 찬바람 부는 가을이 봄보다 더 괴롭다. 이 질환으로 9~10월에 진료를 받는 사람이 월 100만명을 넘는다. 연중 최고다. 4명 중 1명은 10세 미만 어린이다.

10세 미만 어린이, 특히 만 1세 이하 영아들은 세(細)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자외선이 줄고 습도가 낮아 건선 등 피부질환도 심해지는 시기다.

가을 비염 주범은 잡초·쑥·돼지풀 꽃가루

9~10월 진료인원 월 100만명 연중 최고

외출 때 마스크 쓰고 집안 청소 신경 써야

알레르기 비염은 봄에는 자작나무·오리나무·참나무·삼나무 등의 꽃가루가, 늦여름~가을에는 잡초·쑥·돼지풀 등의 꽃가루가 코점막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킨다. 지속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이 대표적 증상이다. 눈의 충혈, 눈·코 주변의 가려움, 두통이 동반되거나 중이염·부비동염·인후두염·결막염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감기와 달리 발열 증상이 없고 지속기간이 길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의 털·비듬, 바퀴벌레의 배설물·허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혈액·피부반응·항원유발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찾아내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 침구류 등 집안 청소를 자주 하고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기간에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약물치료에는 항히스타민제·스테로이드제 등이 널리 쓰인다. 코막힘이 심한 환자에게 고주파, 아르곤 플라즈마 가스 등으로 코점막의 부피를 줄여주고 굳은살로 변형시키면 꽃가루 등에 덜 민감해진다.

가을에 더 심한 알레르기 비염 이미지(왼쪽)와 건선 환자의 팔꿈치 부위에 생긴 두터운 은백색 각질. (출처: 이미지투데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세기관지염 진료 10세 미만이 57% 차지

심하면 숨소리 쌕쌕거리고 호흡곤란 증상


면역력이 약한 10세 미만 어린이가 잘 걸리는 세기관지염은 기관지 중 가장 작은 가지인 세기관지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이 침투해 발생한다. 지난해 137만명이 세기관지염으로 진료를 받았는데 이 중 10세 미만이 57%(5세 미만 45%)를 차지했다.

감염 후 증상 발현까지 보통 4~5일의 잠복기를 거친다. 세기관지염에 걸리면 2~3일간 발열·기침·콧물·목아픔·가래 증상을 보인다. 분비물이 늘어 세기관지를 막으면 산소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가쁜 숨을 내쉬고 저산소증·호흡곤란을 초래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천식, 기관지 폐이형성증 등 폐 질환이 있는 어린이에게는 심한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발열은 대개 아주 심하지는 않으며 증상에 따라 해열제·기관지확장제 등 대증적 요법으로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RSV가 원인일 경우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는 듣지 않는다. 독감과 달리 아직 예방 백신이나 잘 듣는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감기 바이러스는 환자가 기침할 때 튀는 작은 침방울과 함께 다른 사람의 점막으로 들어가 전염된다. 반면 RSV·독감 바이러스는 이런 경로는 물론 환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환자가 만진 문, 버스·지하철 손잡이, 물품 등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물건을 만진 뒤 눈·코·입 등의 점막 등을 만지면 독감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전염될 수 있다.

김창근 인제대 상계백병원 천식알러지센터 교수는 “RSV 감염으로 인한 세기관지염은 1세 미만 영아들이 잘 걸리고 호흡기 증상이 많은 반면 독감은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잘 걸리고 고열·근육통이 동반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건선, 20대 전후 발생해 10~20년간 지속

팔꿈치·머리 등에 두터운 은백색 각질

46%가 깨끗한 피부 회복 치료제 등장

건선은 20대 전후에 처음 발생해 호전·악화를 반복하며 10~20년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진료인원은 17만명이지만 환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피부에 울긋불긋한 발진이 생기면서 그 위에 은백색 비늘 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여 나타나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팔꿈치·무릎·정강이·엉덩이·머리 피부 등에 잘 생기며 손·발바닥이나 손톱·발톱 등에 나타나기도 한다. 방치하면 온몸으로 번져나가며 심한 가려움증과 피부 갈라짐으로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기에 발견해 연고·약이나 광선치료법으로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상당히 완화된다. 최근에는 임상시험에서 중등도 이상 건선 환자의 79%가 치료 16주만에 깨끗한 피부의 90% 수준(PASI 90)에, 46%가 1년만에 깨끗한 피부(PASI 100)에 도달하는 효과를 보인 생물학적 제제 ‘코센틱스’에 부분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건선은 무좀·습진·피부건조증 등과 증상이 비슷해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증상만 악화하고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치료 과정에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것도 문제다. 변지연 이대목동병원 피부과 교수는 “경증의 초기 건선을 일반적인 습진으로 오인해 잘못 치료하다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인들은 건선의 증상을 다른 피부질환과 구별하기 어려우므로 피부과 전문의 상담을 받아 정확한 진단·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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