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이양은 지난달 30일 “영화를 보자”며 피해자 A양을 집으로 데려온 뒤 이씨와 공모한 대로 수면제 3정이 든 드링크제를 피해자에게 건넸다. 또 A양이 기침을 하자 “감기약”이라며 이씨가 평소 복용하던 신경안정제 2정을 추가로 건넸다. 본인이 마시다가 만 수면제 2정이 담긴 드링크제를 다시 A양에게 건네는 등 6~7알가량의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피해자에게 먹였다. 수면제 2정이 든 다른 드링크제를 실수로 마셨다가 이를 깨달은 이양은 이에 대해 “아빠의 계획이 틀어질까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이처럼 이양이 범행에 적극 가담하게 된 배경에는 ‘심리적 종속관계’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씨와 같은 유전질환을 갖고 있는 터라 이양은 이씨에 대한 정서적·심리적 의존감이 상당히 높으며 ‘아버지는 무조건 옳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양을 프로파일링한 한상아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경장은 “아버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못 견뎌 한다”면서 “이번 일에 대해 가치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어쩔 수 없이 한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씨가 혈연으로 이어진 아버지일 뿐 아니라 경제력을 쥐고 있으면서 이양에게는 절대적인 존재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양에게 아버지 이씨는 신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라며 “이씨는 집안에서 왕으로 군림하면서 이양이 따를 수밖에 없는 관계가 형성됐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두형·신다은기자 mcdj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