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청량한 가을 하늘. 시 한 구절 읽고 싶어지는 천고마비의 계절인데요. 옛 문학인들의 발자취를 도심 한복판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동네가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어깨를 맞대고 있는 ‘서촌’입니다. 오늘은 과거에는 예술가들의 쉼터이자 지금은 감성 핫 플레이스(인기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서촌을 센즈라이프에서 만나봅니다.
[기자]
경복궁 서쪽에 있는 마을을 뜻하는 ‘서촌’.
누하동, 청운동, 옥인동, 통인동, 체부동을 아우르는 곳입니다.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골목길.
그 안에 숨겨진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마주 할 수 있는 곳인데요.
‘서촌’은 시인 이상, 윤동주, 화가 이상범, 이중섭 등 내로라 하는 예술인들의 거주지였습니다.
여전히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윤동주 시인의 ‘서시’ 입니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을 윤동주 시인.
그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하문 터널 방향으로 주택 사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인왕산 자락길 시작점에 위치한 ‘윤동주문학관’입니다.
[인터뷰] 최정남/ 종로구 골목길 해설사
“윤동주 선생님은 올해가 딱 (탄생) 100주년입니다. 하숙을 하시면서 이 언덕에서 인왕산을 자주 산책을 하고 자주 시를 떠올렸던 그런 인연을 통해서 이곳에 윤동주 문학관이 탄생하게 되었죠.”
버려진 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만들어진 이곳은 총 3개의 전시장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중국 지린 성 용정시 명동촌에서 태어난 윤동주. 그를 기리는 문학관이 왜 서촌에 있을까요?
[인터뷰] 최정남/ 종로구 골목길 해설사
“연희전문학교를 다니면서 누상동에서 하숙을 하시면서 인연을 맺게 되죠. 그러면서 이 때 우리가 잘 아는 ‘별을 헤는 밤’이라던지 이런 작품들이 그 당시에 발표가 되면서 이 동네와 특히 더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어린 학생들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진서 / 청운중학교 1학년
“동아리를 같이 하는 친구들과 평소 윤동주에 관심이 많아서 이곳에 오게 됐습니다. ”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의 쓸쓸함과 동경과 시, 그리고 어머니를 떠올렸던 시인 윤동주.
실제, 이 곳에 방문한 이들은 스무여덟 해 남짓을 살다가 별과 함께 저버린, 그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현/서울개성고등학교 1학년
“윤동주의 작품 뿐만 아니라 당시 윤동주가 가지고 있었던 철학이나 이상들이 친필 원고들에 잘 반영된 것 같아서 정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오면 윤동주의 시 뿐만 아니라 윤동주에 관한 이야기나 사진들이 많이 있기때문에, 먼 시인이 아닌 마치 친구처럼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서 많이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문학가 ‘이상의 집’도 ‘서촌’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스물일곱 해 짧은 생을 살다간 그가 머물던 집터를 문화공간으로 꾸몄고, 1,000원 이상을 기부하면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곳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목욕탕 표시와 ‘여관’이라고 큼지막하게 쓴 투박한 간판.
삐걱거리는 철문과 앙상한 목조 뼈대. 시간의 흔적을 말해주는 경복궁 영추문 맞은 편에 자리 한 ‘보안여관’.
가난한 문화예술인의 지붕이 되어주었던 이곳은 서정주, 김동리 등 많은 문인의 안식처였습니다.
[인터뷰] 최성우/보안여관 대표
“보안여관은 1936년에 생겼고요. 서정주, 김동리, 김달진 선생들이 보안여관에 머물면서 시인부락이라는 한국의 문학 동인지를 만든 곳이죠. 문학 청년들이 서울을 올라와서 여관이라는 곳에서 일시적 정주를 하면서 생활하면서 문학동인지를 만들고 시도 쓰고 단순히 여관이 아니고 문화생산의 플랫폼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
보안여관은 현재 복합 문화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보안책방, 전시장, 카페, 술집이 운영되고 있고 실제 숙박을 할 수 있는 보안스테이(여관)도 얼마 전 문을 열었습니다.
[인터뷰] 최성우/보안여관 대표
“보안여관의 기존 오래된 건물은 그대로 두고, 인간 감성의 컨셉트를 가지고 새로 건물을 지어서, 읽고, 보고, 먹고, 자고, 걷는다는 컨셉트을 가지고… 가족 나들이도 오시고 연인들의 주말 데이트 코스도 되고, 좀 더 진지하게 문화예술을 즐겨보자는 사람들도 오고, 특정한 사람들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촌.
이번 주말 북적이는 도심을 떠나 골목골목이 정겨운 ‘서촌’을 거닐며 옛 문인들의 정취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경제TV 김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