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방송된 KBS2 새 금토드라마 ‘고백부부’에서는 이혼을 결심한 14년차 부부 마진주(장나라 분)와 최반도(손호준 분)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스무 살 대학생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진=‘고백부부’ 캡처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린 진주와 반도였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생계를 책임지는 반도와 혼자서 독박육아를 하게 된 진주에게 ‘권태기’가 찾아온 것이다. 진주는 가사에 대해 전혀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자신을 구박하는 남편에게 크게 실망했고, 반도는 집에만 있으면서 자신에게 불만을 가지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했다. 결혼기념일까지 잊어버리는 반도의 무심함에 결국 화가 난 진주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반도에게 가장 중요한 다이어리를 들고 인질극을 벌였고, 그러던 중 실수로 이를 물속에 빠뜨리게 됐다. 진주에 의해 다이어리가 젖으면서 반도는 예정되어있던 수액 배달에 실수를 범했고, 그로 인해 회사에서 고충을 겪었다.
오해는 갈수록 커져갔다. 호텔과 모텔들의 이름이 나열돼 있는 반도의 카드 명세서를 보게 된 진주는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카드는 반도의 것이었지만 정작 사용하는 사람은 반도가 아닌 거래처 원장이 사용했던 것. 하지만 이를 몰랐던 진주는 반도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냐 이혼하자고”고 눈물을 흘렸고, 지친 반도 역시 “그래 이혼하자”고 울먹였다.
결국 최반도와 마진주는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고, 두 사람은 각자 결혼반지를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시간이 2017년에서 1999년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스무 살로 돌아간 반도는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무척이나 놀랐고, 진주 역시 죽었던 엄마가 살아있는 과거로 돌아가자 믿지 못하겠다는 듯 기뻐했다.
사진=‘고백부부’ 캡처
다시 대학생이 된 진주와 반도는 학교에 갔고, 그곳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됐다. 두 사람 모두 결혼시절 힘들었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상태였지만, 서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착각, 다시는 엮이지 않겠다며 서로 모른 척 하고 돌아섰다.결혼을 후회하는 부부가 2017년에서 1999년으로 타임슬립해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고백부부’는 인기 웹툰 ‘한번 더 해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이다.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동갑내기 앙숙 부부 진주와 반도의 ‘과거 청산+인생 체인지’ 프로젝트를 그린다.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고백부부’는 이른 바 ‘유쾌한 척 하는 슬픈 드라마’이다. ‘예능드라마’를 표방하는 만큼 코믹함을 우선순위로 앞세우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지독하게도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해피엔딩이 아니다’라는 1화의 제목처럼, 오랜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진주와 반도였지만, 이들의 생활은 로맨스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마냥 행복하지 않다. 누가 더 잘하고 잘못한 것도 없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다가 결국 삶에 지친 가장 반도나 그런 반도를 대신해 육아와 가사를 전담한 진주 두 사람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이행해 나갔으며,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두 사람은 상대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힘듦만을 바라보았고, 그로 인해 오해가 쌓여나갔지만 이를 풀기위한 노력을 시도조차 하지도 않았다.
사진=‘고백부부’ 캡처
진주와 반도를 통해 ‘권태기 부부’의 모습을 리얼하게 풀어낸 ‘고백 부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를 이용했다. 결혼은 물론이고 첫 만남부터 후회하는 두 사람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면서 이들이 그토록 원했던 ‘한 번 더’의 기회를 준 것이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전개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고백부부’는 장나라와 손호준의 자연스러우면서 실감나는 연기로 재미를 더했다. 코믹과 진지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나라와 손호준의 연기는 60분 동안 안방극장을 웃기고 울리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공감 코드를 살리되 코미디와 사랑 이야기를 적절하게 섞어 놓은 권혜주 작가의 필력과 ‘마음의 소리’의 하병훈 PD의 연출 또한 탁월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마음의 소리’는 웃기기만 하면 반은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많이 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했다. 반면 ‘고백 부부’는 드라마성이 짙고 작품의 길이도 길어졌기 때문에 부담감이 커졌다. 그래도 저와 권혜주 작가가 할 수 있는 공감과 체험의 코드를 넣어보자 하는 생각으로 뚝심 있게 밀고 왔다”는 하병훈 PD의 소신은 1회에서부터 잘 나타나 있었다.
38세에서 20살로 대학생이 된 진주와 반도는 과연 이들의 결심처럼 서로 사랑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고백부부’는 매주 금토 오후 11시 방송된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