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된 ‘2017헤지펀드 콘서트’에 참석한 대학생이 황성환 타임폴리오운용 대표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송종호 기자
“투자계획서를 만들어 투자자를 모집해 본 경험이 있다. 트랙레코드(실적)를 쌓아 훗날 100년 역사를 이어갈 자산운용사를 만들고 싶다”(김재근 한국외대 경제학과)
“자신만의 투자철학으로 운용철학이 분명한 펀드를 만들어 글로벌 운용사들과 ‘맞짱’ 뜨고 싶다”(김소정 중앙대 경영학과)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 주최의 ‘2017 헤지펀드CONCERT’의 열기는 예상보다 뜨거웠다. 주말이라 썰렁할 줄 알았지만 헤지펀드운용사 취업을 지망하는 대학생만 200명이 넘게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수준은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이날 강연자로 참석한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와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위윤덕 DS자산운용 대표는 공통적으로 “자산운용업은 국내에서 성장성이 담보된 사실상 유일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출범 당시 설정액 2,300억원에 불과했던 한국형 헤지펀드는 6년 만에 몸집을 5배 이상 키웠다. 10월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액은 12조6,000억원. 지난해말(6조7,000억원)과 비교해도 2배 가량 몸집이 커졌다. 사모펀드 전체의 설정액이 공모펀드를 넘어선지는 오래다.
최저 금리 속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부동자금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다가, 오랫동안 수익률 하락으로 신뢰를 상실한 공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출범을 앞두고 시장지배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중소형 증권사도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2011년 출범 이후 4년 동안 46개 설정에 그쳤던 한국형 헤지펀드는 올해만 400개가 넘는 펀드가 새로 생기며 설정펀드가 70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헤지펀드운용사 설립요건이 자본금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되고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며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증권사 ‘인하우스(In-house)’ 헤지펀드가 출시되면서 성장에 가속도를 붙였다.
중소형 증권사가 새로운 수익원을 헤지펀드에 두고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헤지펀드 설정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기몰이 중인 교보증권 채권형 인하우스 헤지펀드는 2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몰렸다. 초대형 투자은행(IB)출범을 앞두고 대형 증권사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헤지펀드가 국내 중소형사의 새로운 탈출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프투자증권도 2,000억원 정도인 자기자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틈새전략으로 헤지펀드를 내세웠다. 헤지펀드를 통한 기업금융으로 수익을 올려 펀드 고객에게 투자수익을 돌려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날 황성환 대표는 “자산운용업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다”며 “2012년 이후 금리를 인하할 때마다 단기부동자금이 늘어났고 이를 운용업계가 꾸준히 흡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니저가 펀드를 잘 만들면 시중 부동자금이 그대로 펀드로 흘러들어올 것”이라며 “짧은 시간 100여개의 헤지펀드 운용사가 설립됐고 대기 중인 곳만 100개에 달해 일자리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종준 대표도 “증권과 보험, 은행 등 다른 금융업의 임직원 수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지만 자산운용사는 금융업 중에서 유일하게 임직원 수가 늘고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초대형 IB에 나서는 대형 증권사들도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키우는 것보다 한국형 블랙록을 키우는 편이 물리적, 시간적으로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형 증권사 CEO는 “실력 있는 운용역을 통해 좋은 펀드를 내놓는다면 글로벌 자금을 우리가 흡수할 수 있다”며 “초대형IB도 중요하지만 독립운용사의 성장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종호·김연하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