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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여론의 추이는 엎치락뒤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9월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여론조사 결과 ‘건설중단’ 답변이 41%로 ‘계속건설(40%)’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가장 큰 차이가 났던 경우는 1차 조사(7월11~13일) 때의 4%포인트였다. 당시에는 계속 건설해야 한다는 답변이 37%였고 건설중단이 41%였다. 2차 조사 당시 찬성 40%, 반대 42%로 차이가 좁혀졌고 3차에서는 42% 대 38%로 오히려 계속 건설해야 한다는 여론이 앞서기도 했다.
전일 종합토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건설 재개 측 임채영 한국원자력학회 총무이사는 “공포는 과학을 이길 수 없다”며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탈원전이 아니라 30% 지은 신고리 5·6호기 중단 문제다. 탈원전이나 정치가 아니라 일상의 문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느냐 아니냐의 문제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시민참여단을 설득했다. 그는 또 “원전을 짓지 않으면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대체하게 된다. 태양광은 하루 4∼5시간 전기를 만들고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중단 측인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신고리 5·6호기는) 위험에 위험을 더하는 것, 사고를 키우는 것”이라며 “확률이 낮아도 방사능 사고는 치명적이다. 후쿠시마 원전도 지진 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사고가 났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서도 정범진 경희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전력수급 문제와 경제성을 두고 쟁점토의에서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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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어떤 결론이 나와도 우리 사회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시민참여단의 결론이 건설중단으로 모일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매몰비용만도 2조6,000억원이다. 건설이 재개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국정동력도 떨어지게 된다. 공론화 기간인 3개월간 공사를 멈추기 위해 집행한 비용 1,000억원을 두고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결론이 나지 않아도 문제다. 공론화위는 최종 설문조사 결과 찬반 의견이 표본오차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만 권고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500여명의 여론조사의 경우 오차범위를 ±4.6~4.7% 정도로 보고 있다. 공론화위는 성별·지역 등 세부조건에 의해 표본을 추출했기 때문에 오차범위는 이보다 낮아진다. 만약 오차범위가 ±4% 정도라면 찬성과 반대 비율이 54대46 이내의 결과가 나올 경우 재개나 중단을 권고하는 단정된 표현을 넣기 어렵다. 쉽게 말해 찬반 여론조사의 차이가 최소 8%포인트는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론화위의 결과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론화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결과를 존중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론화위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을 경우 정부가 정치적 역풍을 감내하고서라도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론조사가 끝났음에도 여론이 수렴되지 않고 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신고리 5·6호기 결론과 상관없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정책 출구전략을 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전 업계에 정통한 한 고위관계자는 “원전 발주를 준비하고 있는 국가들의 관계자를 만나보면 우리의 탈원전정책이 지속 될 것으로 보는 곳은 없었다. 경제적, 에너지이슈 등을 감안할 때,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종=김상훈기자 천안=박효정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