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경우 차장 이하 직원들은 영업지점별로 KPI를 거쳐 성과급을 지급 받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과 성과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2분기 연속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신한지주의 실적을 추월하는 등 1위 탈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신한을 추월해 리딩뱅크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본격적인 성과 중심 영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허 내정자는 그러나 “직원 간 과열경쟁으로 가도록 개인 성과만 반영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개인성과를 (성과급 지급에) 100% 적용하는 건 아직 어렵기 때문에 집단 평가와 개인 평가가 어우러지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KPI에서 개인 성과급 체계로 급격히 전환할 경우 노조 등의 반발이 우려되는 만큼 내부 반발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허 내정자는 은행장 내정 소식과 함께 곧바로 노조사무실을 찾아가 ‘대화’를 강조했다. 국민은행 안팎에서는 허 내정자가 장기신용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노조의 생리를 잘 아는 만큼 노사관계가 전향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재 KB노조는 회장 연임 반대를 여전히 주장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허 내정자는 이와 함께 유연근무제 확대 등을 통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허 내정자는 “일에 대한 만족도와 직장에 대한 행복감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하게 일하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점포 유지에 대해서는 “점포 축소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씨티은행 등이 기존 점포 축소로 노조와 정치권의 반발을 산 것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지만 국민은행 고객 수(3,040만명)를 볼 때 현재 운영되는 1,062개의 점포(9월말 기준)는 유지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허 내정자는 기존 점포의 경우 비대면 채널과 오프라인 영업점이 하나로 통합되는 ‘옴니채널(Omni Channel)’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허 내정자에게 인사권 전권을 일임했다. 은행 임원 상당수의 나이가 1961년생인 허 내정자보다 많아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단행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그는 “나이로 일률적으로 재단하지 않을 것이며 철학과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급격한 인사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황정원·조권형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