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제' 민병훈 감독 "영화 존엄성 지키려 극장 떠나...관객들 직접 찾아가서 만날 것"

<부산국제영화제서 개봉한 영화 '황제'의 민병훈 감독>
작은작품 국내선 설 곳 없어
'영화 확장성' 찾기위해 선택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주연
연주 들으면 관객들 위로될 것

“현재 국내 영화 환경에서 ‘황제’를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것은 무모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마지막으로 영화 ‘황제’는 관객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나는 ‘찾아가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극장을 떠나면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고, 영화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어서 제가 던진 카드입니다.”

최근 부산 해운대 달맞이 고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황제’를 연출한 민병훈(사진) 감독은 영화인들의 꿈인 ‘극장 상영’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황제’ 같은 작은 영화들이 극장에서 상영된다고 해도 현재 대한민국의 극장 유통 구조에서는 아침 8시, 자정을 지난 시간 이렇게 딱 두 타임을 배정받고 2주 정도 걸리는 등 ‘끼워팔기식’ 상영밖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저의 이런 카드는 투쟁이 아닌 온전히 영화가 갖고 있는 영화의 확장성을 찾기 위한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영화 ‘황제’는 조성진, 선우예권 등 가장 ‘핫한’ 젊은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 김선욱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김선욱은 자신의 연주를 통해 상상하고 꿈꿔왔던 일들을 현실공간에서 마주치는 놀라운 순간들을 목격하게 된다. 그 여정 중에 드러나는 네 사람의 꿈과 환상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과 마주하게 된다. ‘황제’는 올해 BIFF의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됐다.

민 감독이 ‘황제’를 기획한 배경은 영화 ‘터치’(2012)를 만들면서 받았던 상처를 우연히 듣게 된 클래식 음악을 통해 치유 받은 경험 때문이다. “‘터치’라는 영화를 만들고 개봉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어느 날 슬리퍼를 질질 끌고 걷다 보니 예술의전당이었고 우연히 정명훈 서울시향 상임지휘자와 선욱 씨의 공연을 보게 됐다. 그 음악이 ‘황제’였는데, 듣는 순간 제가 힐링, 터치를 받은 거다. 인터미션에 화장실에 가서 ‘이게 뭐 하는 거지,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제목도 바로 ‘황제’로 지었고, 캐스팅도 선욱 씨로 결정했다. 음악회에 가서 복잡했던 심정을 위로 받았던 걸 관객들에게 선물로 돌려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

영화는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영화에 출연한 음악, 자연 등이 모두 주인공이라는 게 민 감독의 설명이다. “저희 영화는 음악이 주를 이루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있는 자연 그리고 공기의 흐름 등이 모두 주인공이에요. 영화, 음악 그리고 배경이 되는 자연은 지치고 힘든 관객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영화에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 바다 위 배 한 척, 물살을 가르는 수중 촬영 쇼트가 나온다. 갑작스러운 장면들로, 어색할 것 같지만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알 수 없는 슬픔을 자아냈다. 촬영을 전공했던 그의 이력이 ‘황제’에서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민 감독은 이에 대해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이들에게 그동안 차마 하지 못했던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국립영화대학에서 촬영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민 감독은 그동안 ‘벌이 날다’(1999), ‘포도나무를 베어라’(2007), ‘괜찮아 울지마’(2007), ‘노스탤지아’(2010) 등을 통해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러시아적인 진지함과 비장함이 진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 ‘황제’ 역시 김선욱의 깊이 있는 연주와 영상미가 우아하게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부산=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민병훈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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