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일본 정치권의 북풍 이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정치적인 난관에 봉착했을 때마다 북한 카드를 적절히 이용해 정치 생명을 연장했다. 지난 2002년에는 평양을 직접 찾아가면서, 2004년에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이끌어내면서 지지율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현재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전 총리 등 과거 정권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북한 카드를 활용하고 있는데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 한미일 정상회의 당시 한국 정부를 향해 ‘구걸 외교’라는 단어를 일본 언론을 통해 흘리는 등 북한뿐 아니라 한국까지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자국 정치에 이용하려는 분위기다. 심지어 아베 총리의 정치적 동지인 아소 다로 부총리는 한반도 전쟁론까지 거리낌 없이 공식 석상에서 말하고 다닐 정도다. 가뜩이나 불안한 동북아 정세에서 우방이 맞기는 한 건지 서운함에 불쾌감·불신감까지 증폭시킨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어느 나라나 다를 바 없는 현실 정치판의 생리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본 정치권의 이 같은 분위기를 마냥 온당치 못하다고 그들 탓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장 정치적으로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절박한 상황 아니겠는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중일 순방 기간 동안 한국보다 일본에 더 오래 체류할 것이라는 외신이 흘러나온 것 역시 그만큼 일본이 다방면의 채널을 풀 가동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북한은 일본보다 우리에게 더 치명적인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역시 일본보다 우리에게 더 절박한 정치적 이벤트다. 우리에게는 단지 정부와 여당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두 전력을 다해 합심하고 대처해야 할 일들이다. 과연 우리는 국익과 국가의 안녕을 위해 그렇게 대처하고 있을까. 아니, 그렇게 할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일까.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