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이광구의 힘' 우리은행 따냈다

'경찰대출' 이어 또 고배
신한은 기관영업 '비상'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6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을 따냈다. 반면 10년 동안 국민연금을 맡아온 신한은행은 경찰공무원 대출사업(무궁화대출)을 KB국민은행에 빼앗긴 데 이어 국민연금까지 넘겨주게 돼 기관 영업에 초비상이 걸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연금보험료 수납과 연금 지급, 운용자금 결제 등 공단의 금융 업무를 수행할 주거래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은행을 선정했다. 계약 기간은 내년 3월부터 3년으로 1년 단위로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오는 2023년까지 5년간 사업권을 갖게 된 셈이다.


이번 공개 경쟁방식 입찰에는 KB국민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일제히 참여해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제안서 발표 자리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총력전을 펼쳤다. 애초에는 신한과 국민은행 간 박빙 경쟁이 예상됐지만 우리은행으로 넘어가면서 다소 의외의 결과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 행장은 이번 딜을 따내기 위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 행장이 개인고객본부 부행장 출신으로 영업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올 정도여서 일부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울시와 189개 공공기관의 주거래은행이자 시중은행 최초로 기관고객본부를 운영해 쌓은 기관업무 노하우가 어필한 것 같다”며 “전담조직을 구성해 주거래업무, 정보화 사업, 중장기전략까지 철저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면 자금결제 등 입출금 업무는 물론 국고납·채권 매매 결제 업무와 법인카드 관리, 외환관리, 보험료 수납, 임직원 급여 지급 등의 업무를 맡아 안정적으로 수수료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마케팅 효과와 대외신인도 향상은 덤이다.

기관영업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신한은행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실제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을 국민은행에 넘겨줄 때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관련자들에게 대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이 영업강화 등을 위한 인사개편이나 조직강화 등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신한은행이 오랜 기간 국민연금을 담당해온 만큼 교체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는 해도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맡았던 경찰공무원 대출사업도 올 7월 KB국민은행에 빼앗겨 이번 주거래은행 수성은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한편 이달 말로 예정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 국내 대체투자, 사무관리 등 4개 분야의 수탁은행 선정 절차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각각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 국내 대체투자 수탁은행 자리를 노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3월 기준 국내 주식 111조7,618억원, 국내 채권 281조1,958억원, 국내 대체투자 21조5,116억원 규모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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