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마라톤] 탁트인 조망에 단풍도 절정, 살아있는 역사 공부는 '덤'

한양도성길 인왕산 구간
21일 종로구와 걷기 대회

서울경제신문과 종로구가 공동 주최하는 ‘달팽이 마라톤’이 오는 21일 걷는 한양도성길 인왕산구간은 서울에서 최고의 조망을 자랑한다. 북악산이 가까이, 남산과 낙산은 다소 멀리서, 내사산이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외사산인 북한산과 아차산, 관악산 등도 시야에 있다. 특히 이맘때쯤 인왕산의 단풍이 절정이다. 바위산과 어우러진 단풍은 그 자체로 수채화다. 이번 행사는 인왕산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시계방향으로 돈다.

달팽이 마라톤은 이날 오전 8시 사직단을 출발한다. 사직단은 ‘종묘·사직’으로 병칭되는 그 사직이다. 종묘는 조선조 역대 왕들의 신주를, 사직은 토지와 곡물의 신을 모시는 곳이다. 사직단을 나서 10여분 걸어가 종로문화체육센터를 지나면 곧바로 한양도성길로 접어든다.

아직은 인왕산 구간 초엽으로 다소 완만하다. 다시 10분정도 올라가 초소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인왕산을 등반한다. 성곽은 최근에 보수돼 깔끔하다. 성밖으로도 올라갈 수 있는데 성돌을 가까이서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이번 달팽이 마라톤에서는 안쪽으로 순성(巡城)한다.

산을 오르면서 서울시내는 넓어진다. 남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서쪽으로는 여의도가 눈에 들어온다. 숨이 가빠지겠지만 눈은 호강한다. 왼쪽으로 성곽을 끼고 오른쪽으로 단풍 숲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성곽 밖에 있는 선바위 구경도 빼놓지 않기 바란다. 조선 초기 한양도성을 쌓으면서 범위를 둘러싸고 정도전과 무학대사가 벌였다는 논쟁의 대상이다. 정도전이 승리해 선바위는 밖에 놓였고 한양도성은 현재처럼 쌓였다.


선바위를 떠나 한양도성은 인왕산 정상으로 굽이친다. 인왕산에서는 범바위와 치마바위가 두드러진다. 이들 위치가 서울시내 최고의 조망지다. 아래로 서촌과 경복궁 등이 펼쳐져 있다. 범바위와 치마바위 구간은 한 줄로, 밧줄을 타고 올라가야 할 정도로 가팔라 초보자는 다소 조심할 필요는 있다.

한양도성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한양도성과 함께 하는 길이다. 한양도성은 조선초인 14세기 말에 세워지기 시작해 지속적인 보수를 거쳤다. 웬만한 안목이면 ‘이것은 태조때 만든 성벽’ ‘저것은 세종·숙종 때 돌’ 등을 이해할 수 있다. 살아있는 역사교과서인 셈이다.

정상인 치마바위를 지나면 이제는 내리막길이다. 맞은편으로 성곽이 이어지는 북악산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내리면 된다. 저 멀리 북한산도 보인다. 달팽이 마라톤 집결지인 청운공원 다목적운동장은 한달음이다. 3㎞ 거리의 짧은 걷기대회가 아쉬운 사람은 인근 청운문학도서관을 찾으면 좋겠다. 2014년 개관한 종로구 최초의 한옥도서관으로, 건물 모양부터 예쁘고 내부 시설도 아기자기해 가족과 함께 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조금 걸어나가면 윤동주문학관도 있으니 만나 볼 만 하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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