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현대·기아자동차로 대표되는 국내 자동차 강성노조는 바뀐 것이 없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중국과 미국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역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영업이익률 5.4%로 2011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기아차 역시 사실상 차입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노조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기업문화나 지배구조, 시민의식은 빠르게 성숙했지만 단 한 곳, 노조만은 무풍지대다. 이제는 오히려 기득권 세력이 돼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도 없다. 하지만 아랑곳없이 확고한 지배체제를 갖추기라도 하겠다는 듯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강성노조 문화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에까지 악재가 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현대차 임직원의 1인당 평균 급여는 2,625만원이었다. 20여년이 지난 2016년에는 9,400만원으로 억대 연봉에 근접했다. 회사의 성장도 이유지만 매년 반복되는 노동조합의 파업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현대차 노조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파업 열차를 탔다. 생산차질 34만2,000대, 약 3조1,000억원의 피해를 딛고 올린 ‘성과’다.
4월 민주노총 산하 기아차 노조가 사내 하청 근로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기로 한 것은 노조의 기득권 세력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아차 노조는 찬성률 71.7%로 비정규직 노조와의 분리를 단행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두고 노노 갈등이 반복되자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사실상 내팽개친 것.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했지만 막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호를 받아야 할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때문에 희생당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식 노조 문화는 기업들의 신규 채용과 투자를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강력한 노조로 인한 막대한 인건비 부담과 유연한 고용이 힘들기 때문이다. 청년실업률이 9.4%로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지만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것 역시 기득권 노조의 양보와 역할이 없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나아가 한국식 노조는 국가경쟁력을 좀먹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7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4년 연속 26위에 머물렀다. 특히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137개국 중 73위로 종합순위를 끌어내린 주요 요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지위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할 때”라며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나눔 등의 주요 정책도 노동계의 협조 없이는 달성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