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해진 복수, 유예된 의무, 그 채무자 ‘거의 엘렉트라’

동이향 작, 연출 <거의 엘렉트라>가 앙코르 공연된다.

2014년 국립극단과 극단 백수광부가 공동주최한 젊은 연출가전에서 첫 선을 보인 <엘렉트라 파티>는 익히 잘 알려진 고전 <엘렉트라>를 현재를 읽은 또 하나의 창으로 탈바꿈하여 작가이자 연출가인 동이향만의 스타일로 풀어냈다. 기존 초연의 작품이 ‘파티’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제목 또한 ‘엘렉트라 파티’로 바꾸면서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하여 의미를 시각적, 청각적으로 확장 시켰다.

2017년 새롭게 선보이는 연극<거의 엘렉트라>는 텍스트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배우들이 내적인 밀도를 높이고 움직임과 연기로 그 에너지를 응축, 이완하며 전혀 다른 <거의 엘렉트라>의 매력을 선보인다.


그 무엇도 될 수도 있고, 그 무엇도 아닐 수 있는 가장무도회가 <거의 엘렉트라>의 무대이다. 끊임없이 가면을 쓰고 바꾸어가며 자신의 정체성이 온전하지 못하며 자신을 설명하는데 실패하는 인물들이 ‘파티’속에 정당화된 듯이 모여있다. 이 작품에서도 엘렉트라를 제외한 모든 배역 또한 캐릭터와 코러스를 넘나들고 배우들조차 나이, 성별을 달리한 캐스팅으로 그 ‘가면’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거의 인간들’이 즐비한 가장무도회라는 무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살인사건에서도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을 뿐 아니라 그들 역시 누가 죽이고 누가 죽는지 또한 잘 알지 못한다.

극은 진행될수록 불완전한 자아, 정체성의 부재, 타인의 무관심, 이러한 피폐함에서 ‘누군가’로 규정하는 ‘인간’이 드러나고, 파티가 열리는 공간조차 사실 파티장과 쓰레기더미, 삶과 죽음이 뒤엉킨 곳임이 드러난다.

동이향 연출이 창단한 극단 두의 작품으로 다시 선보이는 <거의 엘렉트라>는 10월 19일부터 11월 5일까지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공연된다. 배우 김현영, 김태근, 하치성, 이소희, 김석기, 임윤진, 하동국, 김중엽이 출연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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