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정감사] 작년 상품권 발행액만 11조 훌쩍 넘는데도 규제 법안은 전무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16년 기준 상품권 발행 추정액 11.3조원+@
한국은행 화폐 제조액 절반 이상 규모지만 상품권법 폐지로 제재수단 無

2016년 기준 상품권 발행 추정액이 11.3조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은행이 발행한 20조 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지만, 직접적 규제 법안이 없어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 가능성에 노출돼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기회재정위원회 소속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 인지세 수입, 기획재정부 전자수입인지, 한국조폐공사 전통 상품권 발행 현황,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2016년 기준 지류 상품권, 모바일 상품권 등 추정 가능한 상품권 발행액만 11.3조 원에 이른다. 파악이 어려운 기타 상품권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상품권은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된 후, 발행·유통·관리를 규제하는 법안이 따로 없는 상태다. 이처럼 상품권에 대한 직접적 규제 법안 없이 인지세만 납부하면 누구나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 상품권의 발행·유통·회수 등 모든 과정이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소관부처가 통일되지 않아 ‘부처 간 떠넘기기’ 문제도 심각하다.


이처럼 정확한 발행 규모 추정이 어렵고 유통 과정도 불투명하다 보니 상품권이 지하경제를 확대하고 경제 구조 자체를 왜곡할 공산이 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상품권은 특별한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환전소에서 쉽게 현금화할 수 있다. 또한 소규모 환전소는 대부분 무허가이기에 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때문에 그간 상품권을 리베이트, 뇌물, 기업 비자금 조성 등의 불법자금으로 악용한 사례도 많다. 최근 2년간 상품권을 뇌물로 사용된 주요 사례로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연루된 ‘엘시티 비리’ (상품권 1억 4,000만 원), 송기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연루된 ‘대우조선해양비리’ (상품권 4,940만 원) 등이 있다.

이에 심 의원은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상품권 관련 규제 근거 법률을 제정해 상품권 발행, 유통, 유효기간, 환급, 정보 제공 등의 내용을 규정하며 상품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과거 폐지된 상품권법처럼 발행과 유통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품권은 신유형 상품권의 인지세 비과세, 10만 원 이상 고액 상품권에 대한 세액구간 미분류 등에 의해 정확한 발행량을 추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기획재정부는 속히 신유형 상품권에 대한 인지세 과세 근거를 마련하고, 고액 상품권에 대한 인지세 과세 구간 분류를 통해 정확한 상품권 발행량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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