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지도부가 모여 사는 베이징 중심부 중난하이(中南海) 주변과 중화권 매체 보도 등에 따르면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로 가장 유력시되는 인물은 시 주석의 나팔수 역할을 맡았던 50대 기수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 시 주석의 견제파벌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지만 시진핑에 충성맹세를 한 것으로 알려진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다. 여기에 정치적 색채가 뚜렷하지 않은 한정 상하이시 서기도 차세대 지도부에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최근 외신들이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인물은 시자쥔(시주석의 옛 부하나 측근들)의 선두주자인 천민얼이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7일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의 후계자로 천 서기가 내정됐으며 이번 19차 당대회에서 천 서기가 7명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해 내년 3월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부주석에 취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만 중앙통신도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퇴임하는 대신 천 서기가 후계자로 입성하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보도대로 천민얼이 상무위원으로서 국가부주석을 겸임하면 사실상 시 주석의 후계자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10년 전인 지난 2007년 17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 역시 권력서열 6위의 국가부주석에 오르면서 차기 중국 최고지도자 자리를 예약한 바 있다. 당시 시진핑보다 차기 대권주자로 더 유력했던 리커창 총리는 서열 7위의 상무부총리가 되며 2인자 자리로 물러났다. 마이니치는 시 주석이 2002년 저장성 당서기 시절 자신의 칼럼 초고를 맡겼던 복심 천민얼을 후계자 자리에 앉혀 집권 2기 이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현재 정치국원인 후 서기는 이번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한 단계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화권 매체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후춘화는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일찌감치 정치국원에 진입하며 얼마 전 낙마한 쑨정차이와 함께 차세대 지도자로 낙점받았지만 시 주석의 1인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입지가 불안해졌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후 서기가 시 주석의 당내 핵심지위를 적극 옹호하고 충성맹세를 하면서 회생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미국 망명 이후 시진핑 지도부를 맹비난하고 있는 궈원구이 정취안홀딩스 회장이 최근 독자 입수한 명단이라며 시 주석이 후춘화를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공개한 점이 변수다. 차세대 권력지도가 담긴 황제의 봉인을 시진핑의 눈엣가시인 궈원구이가 열었다면 이를 그대로 반영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5년 전 7명의 상무위원 명단을 정확히 예측했던 중화권 매체 보쉰은 천민얼과 후춘화 대신 시 주석의 또 다른 측근인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과 자오러지 중앙조직부장이 상무위원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후춘화가 쑨정차이에 이어 패권다툼의 두 번째 희생양이 될 것을 우려해 스스로 정치국원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영국 BBC 중문판은 차기 상무위원 유력인사로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을 비롯해 자오러지, 왕후닝, 천민얼, 후춘화, 왕양 부총리, 한정 상하이시 서기 등 7명을 거론했다. 한 서기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 계열 인맥이지만 공청단을 거친 경험과 시 주석이 상하이 서기였던 시절 맺었던 인연까지 겹쳐 있다. 정치적 색채가 불분명한 점이 부각돼 당내 계파 간 타협점이 될 수 있다. 포스트 시진핑 구도와 차세대 최고지도자 윤곽은 당대회 폐막 하루 다음날인 오는 25일 제19차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 이후 시진핑 당 총서기의 기자회견에서 공개된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