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원전문제, 수요자원 거래시장 활성화로 풀자

김형민 에너낙코리아 대표




지난 6월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탈석탄’을 기조로 하는 친환경 에너지 로드맵을 발표한 이래 정부는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의 전면적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대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세계 에너지 산업의 흐름이라며 동조하는 의견과 원전이 충당했던 전력 생산량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엇갈리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정부가 탈원전에 앞서 전력 수급을 미리 안정화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기업체를 대상으로 전기사용량 감축을 요청하는 ‘급전 지시’를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수요자원(Demand Response·DR) 거래시장 활성화’ 차원이었다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정부의 해명 속에 등장한 DR 시장은 자율적으로 전력 감축에 참여한 기업체에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전력을 추가로 생산하는 대신 일시적으로 전기 소비를 줄임으로써 생산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대표적인 친환경 제도로 꼽힌다. DR 시장은 기본적으로 전력 피크 감축의 필요성과 경제성을 감안해 활용 기준에 맞게 운영된다. 정부는 올해 말 8차 전력계획에 DR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참여 대상을 일반 국민으로까지 확대하는 ‘국민 DR 제도’에 대한 시범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활성화를 공표한 만큼 DR 시장은 앞으로 국내 전력 관리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DR 시장 활성화 계획에 앞서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바로 국민들에게 DR 시장의 효용가치를 확실히 인지시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DR 시장은 6월 기준 개설 4년 만에 등록용량 4,000㎿를 돌파했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4~5기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이 같은 수치는 DR 시장이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가졌음을 증명한다. 전력 피크에 DR 시장으로 전력을 감축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드는 비용은 새로운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비용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다. 이미 2014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며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어느 정도 입증한 상태이며 즉각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솔루션이라는 장점도 갖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DR 시장의 효율을 알리고 전력 수급에 대한 일각의 오해를 해소해야 범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진정한 탈핵 국가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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