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 3조원대 도박사이트 운영한 일당 검거…고등학생, 주부 등 도박꾼만 5만명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500억원이 넘는 돈을 챙긴 2개 조직 7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운영한 도박사이트에서 오간 판돈은 3조원이나 된다. 고등학생, 대학생, 주부, 조폭 등 해당 도박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도 5만명에 달한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로 2개 조직의 운영자 등 70명을 붙잡아 19명을 구속하고 5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또 상습도박자 26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모(31) 씨 등 30명은 2015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영국과 일본에 서버를 둔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개설해 1조원대 규모의 도박판을 벌여 1,073억원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합법적인 인터넷 홍보 마케팅 법인을 설립한 뒤 경영난에 빠지자 직원들에게 프로그램 제작, 유지, 보수, 홍보 등을 지시하면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다른 도박 사이트의 단속된 사례, 단속 동향, 단속될 경우 보안지침 등을 만들어 직원들과 공유했으며, 특히 본인 명의 예금 거래 금지, 보안성이 높은 SNS로만 대화할 것, 휴대전화 특정 기종 변경 및 지문 잠금장치 설정 등 단속에 대비한 직원들의 행동 강령까지 만든 치밀함을 보였다. 범죄 수익금은 안전계좌로 모은 뒤 중국과 대만의 환전상에게 환전하는 방식으로 범죄수익금을 세탁했으며, 이후 인천과 부산 지역 환전소를 통해 다시 원화로 환전해 공범들에게 나눠줬다.


경찰은 이 사이트에서 도박한 5,000만원 이상(최고 38억원 상당)다액, 상습회원 953명을 특정하고 현재까지 130명을 소환 조사했다. 이들 중에는 공무원, 의사, 약사, 군인, 은행원 등 전문직 종사자들과 심지어 고등학생, 대학생, 주부, 조폭에 이르렀다.

조직폭력배인 김모(38·재건 부전파) 씨 등 40명은 2009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불법 도박 사이트 6개를 개설해 2조원대 도박판을 벌여 500억원 상당의 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에 서버를 두고 운영총책, 회원 모집책, 대포통장 관리책, 수익금 전달책, 종업원 알선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범행 발각을 우려해 대포폰으로 서로 연락했으며, 국내에서는 연락하지 않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 범죄수익금은 지인들의 가족 계좌를 이용해 현금을 찾는 방법으로 돈을 빼돌렸다.

경찰은 이들 2개 조직의 자금을 추적해 33억원을 압수하고 몰수보전 신청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외로 달아난 일당에 대해 지명수배와 여권 행정조치, 인터폴 수배조치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 등 일부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타 국적을 취득해 해외로 도피, 외국인 신분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인터폴 공조 등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 검거할 계획”이라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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