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조직위원장 "동서 융합의 기회 제공"

내달 1~4일 '아시아의 아침' 주제로 처음 열려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인 고은(오른쪽) 시인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아시아문학페스티벌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오남순 시인은 ‘아시아의 밤’이라는 시를 지었습니다. 질곡의 역사를 ‘밤’이라는 표현에 담은 것이지요. 그 수난과 상처의 역사를 거쳐 아시아는 희망의 아침을 맞고 있는 중입니다.”

제1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맡은 고은(84) 시인은 1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번 축제는 여전히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인 ‘아시아 문학’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세계에 보편적인 화두를 던져보자는 취지로 마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주최하는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은 오는 11월1일부터 4일까지 광주에서 열린다. ACC는 ‘아시아와 세계 문학계를 잇는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올해 초부터 고 시인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해왔다.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의 주제는 ‘아시아의 아침’이다. 일제강점기 우리 시인들은 아시아의 현실을 절망스러운 폐허로 인식했는데 약 한 세기가 지난 오늘 희망을 가득 품은 아시아의 미래를 구현하자는 정신을 담았다.


이번 축제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월레 소잉카를 비롯해 잭 로고, 사가와 아키, 현기영, 안도현, 신현림 등 국내외 작가 30여명이 참여한다.

고 위원장은 “독일의 괴테만 해도 18세기 당시 페르시아의 영향을 받아 작품을 쓸 정도로 동양은 문화의 보고 같은 곳이었다”며 “오늘날 아프리카 없이 현대미술이 존재할 수 없듯 서구 예술가들에게 아시아는 ‘필수 과목’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와 서구의 다양한 담론을 아우르면서 융합을 통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작가들은 우선 행사 첫날인 11월1일 광주의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다. 이튿날에는 로고와 사가와, 정철훈 등의 시인이 ‘동아시아 문학이 서구 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마지막 날인 4일은 고 위원장의 대회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시인 도종환의 축사를 시작으로 축제의 하이라이트 격인 아시아의 아침 행사가 열린다.

제1회 아시아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하고 소잉카의 특별강연, 고 위원장과의 대담이 진행된다. 작가들은 이날 ‘아시아의 아침, 민주·인권·평화의 진전을 위하여’를 주제로 토론하고 선언문을 채택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고 위원장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 실패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오늘 자리와는 맞지 않는 성격의 이야기인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매년 노벨상 후보로 거론돼온 고 위원장은 올해도 유력 후보로 기대를 모았으나 스웨덴 한림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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