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고용 위축에 新DTI 전국확대 보류

"확대 적용땐 집값 충격 우려"
국토부 압박에 금융위 후퇴

정부가 내년 새롭게 도입하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을 일단 전국에 확대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위원회는 다만 신DTI의 구체적인 적용범위와 비율을 가다듬어 연말까지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따로 내놓기로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8일 “이번 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신DTI를 도입을 공식화하되 당장 전국에 적용할지는 확정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DTI가 내년에나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시간을 두고 적용범위 등을 결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존 DTI 규제 역시 더 강화되지 않고 당분간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DTI를 최대 30%까지 끌어내려 주택담보대출의 수도꼭지를 잠근 바 있다.

정부가 DTI 확대 적용을 일단 보류한 것은 경기 하강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북핵 위협 등에 따라 대외 불안전성이 커지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소비와 고용 지표가 동반 악화하는 상황에서 집값까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경기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주춤해진 것도 이번 결정의 또 다른 배경이 됐다. 금융위가 내놓은 ‘9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은 6조2,000억원이 증가해 지난해 같은 기간(10조2,000억원)보다 4조원가량 줄었다.


특히 대출 규제가 집중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의 은행권 주담대 신청 건수는 8월 일일 평균 1,092건에서 9월 469건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DTI가 확대되면 규제를 피하려는 밀어내기 대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고 지방 부동산 자금이 수도권으로 쏠려 이사철 수도권 거주 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결정에 따라 DTI를 가계대출 건전성을 위한 규제 수단으로 정상화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는 다시 한번 달성 시기가 뒤로 미뤄지게 됐다. DTI는 지난 2005년 처음 도입된 후 집값에 따라 비율과 적용지역이 매번 달라져 ‘부동산 정책 수단’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었다.

실제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DTI는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지표인 만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신DTI는 국제 기준 등을 감안해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발표 시기에 맞춰 시장 상황을 보고 적용지역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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