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국·신용등급...한국 '두 고비' 넘었다

美, 지난4월 이어 관찰대상국 분류
무디스는 "현행 Aa2등급 유지"
한미FTA·북핵 리스크에 안심일러
내달 트럼프 방한이 분수령 될 듯

우리나라가 미국 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고 북핵 위기에도 무디스사의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했다. 두 가지 큰 고비를 넘긴 셈인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통상압력이 여전하고 북핵 리스크도 최종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8일 미국 재무부가 이날 오전 발표한 10월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지난 4월에 이어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과 일본·독일·스위스가 관찰대상국에 올랐다. 대만은 관찰대상국에서 빠졌고 환율조작국은 한 곳도 없었다.

미국 정부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달러를 초과하거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환율시장의 한 방향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같은 세 가지 기준으로 환율보고서를 작성한다. 세 가지를 모두 만족 시키면 심층분석대상국, 즉 환율조작국이 된다.


이번에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두 가지 조건이 해당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220억달러로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중은 5.7%에 달했다. 시장개입 규모는 49억달러(0.3%)로 기준인 2% 초과에 못 미쳤다. 기재부는 “미국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억달러 감소했다고 봤다”며 “원화가 달러화 대비 완만하게 절상되는 상황에서도 당국이 순매수 개입을 줄였다고 적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칼날을 피한 이날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2(안정적)’로 유지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강한 경제 회복력과 재정건전성, 투명한 정부제도를 바탕으로 현행 등급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Aa2’는 무디스 평가 등급 가운데 세번째이며 프랑스와 영국·홍콩과 같은 수준이다. 지난 12일에는 피치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기재부의 고위관계자는 “한중 통화스와프 재연장에 이어 환율조작국 지정 회피, 국가신용등급 유지로 고비를 하나씩 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변수는 여전하다. 당장 미국은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올 4월 때와 같이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대한 투명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환율조작국 문제에는 통상이슈가 포함된다. 미국이 한미 FTA 폐기를 검토 중이고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상 분야의 최후 카드로 환율문제를 건드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을 완화하면 우리나라가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높다.

북핵 이슈도 진행형이다. 이날 무디스는 신용등급 평가 결과를 내놓으면서 “한반도 내 군사적 충돌과 갑작스런 북한정권 붕괴 등이 잠재적 위험요인”이라고 명시했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다음달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향후 경제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북핵과 한미 FTA 문제가 거론되지 않겠느냐”며 “중장기적인 리스크 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낙관은 이르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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