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사회적기업으로 일자리 늘린다지만...좀비기업양산 우려

■사회적기업 금융·판로지원 확대
보증 5년간 최대 5,000억 확충
공공기관 물품 의무구매제 도입
"부실 발생땐 혈세만 낭비" 지적

이용섭(오른쪽 두 번째)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기업 베어베터는 인쇄와 제과, 커피 자동판매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은 일반 직원이 아닌 발달장애인 200여명을 고용해 장애인들에게 안정된 생활여건을 제공해주고 사회적응을 돕는다는 것이다. 작은영화관 협동조합도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시군 지역에 21개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이윤 대신 사회적가치 실현이 목표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이 같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에 대한 지원을 늘려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판을 확충하고 일자리도 늘리는 ‘사회적경제 방안’을 발표했다.

사회적경제에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 등이 포함된다. 현재 전국에 1만4,948개 곳에서 9만1,100명이 일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회적경제기업 투자를 위해 모태펀드에 100억원을 추가로 조성하고 사회적경제기업에만 투자하는 300억원 규모의 사회투자펀드를 신설한다. 1억원이던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는 3억원으로 늘려 향후 5년간 최대 5,000억원을 공급한다.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중소기업 정책자금도 올해 200억원에서 내년 350억원으로 확대하고 소상공인정책자금도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늘린다. 이외에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을 활용한 사회성과보상사업을 확대하고 크라우드펀딩을 위한 투자기반도 조상하기로 했다.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지방세 감면를 늘리고 신용협동조합이 사회적기업에 출자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도 완화한다.

판로도 확충해준다. 공공조달체계를 개편해 사회적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 제품 의무구매제도를 도입하고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물품과 용역 입찰 시 수의계약제도를 신설한다. 내년 국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사회적기업·사회적협동조합의 물품·용역 구매 확대를 반영하고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도 관련 내용을 고려할 계획이다. 민간의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구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 제품 정보제공 사이트(e-store 36.5)를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통합 온라인 사이트로 확대·개편한다. 청년 인재 유입을 위한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청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확대, 연 5,000만원 한도로 2년간 사업개발비를 지원하는 예비사회적기업 대상 확대 등도 추진한다.

특히 정부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진출 분야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분야별 맞춤형 지원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주거환경 분야에서는 ‘국토교통형 예비사업적기업제도’를 도입하고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창작·공연·사업운용 공간 확보를 위한 유휴·공공시설 지원,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임대료 할인지역 확대 등에 나서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운용이 적합하면서 소경영의 장점이 큰 음식사업자·제과점주·숙박업자·운송사업자의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소셜벤처 분야에서는 1,000억원 규모의 ‘임팩트투자펀드’ 신설, 창업보육공간인 팁스(TIPS) 신규 운영사 선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2022년까지 600개의 마을기업을 추가 설립해 6,600개의 일자리를 신규 창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재 유럽연합(EU)에서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 정도를 사회적경제가 담당한다. 사회적경제의 고용비중도 평균 6.5%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존 조직인 농·수협을 포함해도 1.4% 수준이다. 우범기 기재부 장기전략국장은 “현재 사회적경제 관련 일자리가 총 37만개인데 EU 수준에 도달하면 167만개 정도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간 자생 형태의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에 나랏돈을 지원해주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협동조합만 해도 해외에서는 협동조합이 협동조합을 돕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정부가 중간에 나서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출이나 보증 같은 지원이 들어간 뒤 부실이 발생하면 공공기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사회적기업에 지원이 시작되면 ‘좀비기업’ 지원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사회적기업이 일부 중소기업처럼 기득권화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아직은 지원 규모가 작지만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